황창규 KT 회장, 이석채 전 회장의 ‘게임 헛발질’ 반복하나
아주경제 송종호·정광연 기자 = KT의 게임 사업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KT가 서비스를 시작한 ‘LTE 영웅서기팩’이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실적을 올리면서 지나친 성과주의가 불러온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가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게임 컨소시엄과 관련해 수준 이하의 사업 전략과 대응으로 실패를 경험한 모바일 게임 사업에서 악수(惡手)를 반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창규 회장 ‘게임’ 행보는 전임자와 동일
KT의 게임 서비스에 대한 암운은 이석채 회장 재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KT는 지난해 3월 인기만화 ‘열혈강호’의 전극진·양재현 작가와 지적재산권 계약을 맺고 나우콤(현 아프리카TV)·엠게임·모리소프트·모비클 등 7개 개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연말까지 7~10종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에도 나섰다.
그러나 KT 컨소시엄을 통해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은 모리소프트의 ‘열혈강호 패검전’이 유일하다. 컨소시엄 구성 당시는 이석채 K전 회장이 가상재화 사업을 강조하며 콘텐츠 확보를 재촉하던 시기다. 이에 KT가 철저한 검토 없이 무작정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평가다.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되던 KT의 모바일 게임 사업은 담당 매니저가 회사를 떠나며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 담당 매니저는 KT가 게임 사업에 대한 의지가 적다고 느껴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며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이에 업계는 이 전 회장 색깔 지우기에 적극적인 황창규 회장이 전문가 부재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모바일 게임 사업에 또다시 뛰어들며 전임자의 행보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60위권이 굿 초이스? 경쟁사는 1위 선택
KT는 지난 20일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혜택 강화의 일환으로 ‘LTE 메가스터디팩’과 ‘LTE 영웅서기팩’을 출시했다.
신진기 KT 마케팅부문 데이터서비스기획담당 상무는 “‘LTE 메가스터디팩’과 ‘LTE 영웅서기팩’ 출시로 고객들이 데이터 부담 없이 다양한 콘텐츠 이용을 할 수 있게 됐다”라며 게임 서비스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LTE 영웅서기팩’이다. 지난 5월말 출시된 ‘영웅서기 온라인’은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60위권에 머물러 있는 작품이다.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역시 100만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KT의 ‘LTE 영웅서기팩’ 출시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데이터 무료 제공이라는 고객 서비스 강화 프로모션이 아닌 월정액 상품을 출시한데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콘텐츠 확장을 위한 ‘보여주기’ 식 행정에 개발사가 이용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지난 3월 국내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협력해 월 3000원의 LTE 네트워크 게임 전용 ‘리니지 모바일’ 정액제를 출시한 것을 감안하면 KT의 공회전은 더욱 도드라진다.
SK텔레콤과 엔씨소프트는 해당 제품 출시로 부가 서비스 강화와 유저 편의성 향상이라는 ‘윈-윈’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 연동을 추가한 ‘리니지’는 경우 지난 1분기 매출만 410억원에 달하는 엔씨소프트의 주력 상품이다.
업계는 KT의 무분별한 게임 진출이 결국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시장 진단 없이 보여주기식 진출은 결국 시장 철수를 불러온다”며 “게임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