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8000억 대출사기 연루 KT ENS ‘수상한 명예퇴직’
100명 규모 인력감축 법정관리 중 명퇴금만 150억…‘대출사기 꼬리자르기’ 의혹
1조8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KT ENS가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지난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KT ENS의 회생계획안에는 약 400명의 직원 중 20% 이상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비용절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29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100여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난다.
이에 금융권은 KT가 100% 출자해 설립된 KT ENS의 대출사기 흔적을 지우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반응이다. 피해 은행들은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대규모 인력구조조정까지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ENS는 법원의 인가를 받아 지난 21일부터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다. 당초 오는 28일까지 신청 기한을 설정했으나 신청자가 몰려 24일 조기 마감했다. 이날 접수된 신청자는 100여명 수준이다.
KT(30,050원 △100 0.33%) ENS는 근속연수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명퇴금으로 1인당 1억2000만~1억6000만원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2분기 100억원의 적자를 낸 KT ENS가 일시에 지급해야 하는 명퇴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퇴금은 최대 1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T ENS는 영업활동으로 회수된 자금 100억원을 우선 명퇴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KT ENS 관계자는 “2분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자금 100억원을 직원들의 사후보장 차원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KT ENS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놓고 금융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1조8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배상 책임을 놓고 KT ENS 측과 피해 은행 간의 민사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체 대출금 중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은 2800여억원의 책임 소재을 두고 당사자 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명퇴는 대주주인 KT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사안으로, 현재 법정관리 중인 KT ENS는 채권·채무 관계가 동결된 상황에서 향후 법원 소송으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제적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대출에 엮인 하나은행은 1분기에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추가 손실에 따른 충당금 655억원을 적립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명퇴는 KT ENS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혀 몰랐다”며 금융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KT ENS 꼬리 자르기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