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늘어난 차입 부담..해소책 있나
[통신업 리포트]명퇴 비용 등 재원, 외부조달 의존…총차입금 7.2조→9.3조 증가
KT가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차입금으로 메꿨다. 차입 부담이 커지면서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력 감축 효과가 단기간 내 발휘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보다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KT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의 별도 기준 올 상반기 차입금 총액은 9조 380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말 7조 2858억 원과 비교해 28.7%나 증가한 수치다. 총 차입금은 지난 2011년 말 8조 5015억 원을 정점으로 최근 2년 간 감소세를 보였다. LTE 전국망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자금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다시 조 단위 신규 차입이 발생하면서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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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구조조정 비용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KT는 올해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먼저 전국 236개 지사가 79개로 통폐합됐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8304명에 대한 명예퇴직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과 특별 위로금을 포함해 총 1조 2537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KT는 구조조정 비용에 대한 재원 확보를 위해 차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결과 차입금이 작년 대비 2조 원 이상 늘게 됐다는 분석이다.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재무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132.6%에서 152.5%로 올랐고, 순차입금 비율 역시 56.7%에서 83.75%로 상승했다. 지난 2011년(32.1%) 이후 20% 대를 유지하고 있던 차입금의존도도 올해 다시 36.8%까지 높아졌다.
2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 등 보유 자산 가치를 고려할 때 차입금 증가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적 위험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불확실한 통신 업황과 인건비 절감 실효성 등을 감안할 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재무개선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무선 통신 시장의 경쟁 심화와 유선 사업의 시장 축소 영향으로 영업 부문에서는 극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 무선 부문의 분기 매출은 수년 째 1조 7000억 원 대에 머물고 있고, 유선 부문은 지난 2012년 이후 하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2분기 유선 부문 매출은 1조 3890억 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의 1조 6160억 원과 비교해 14% 가량 줄었다. 최근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유선 산업에서 우리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사업 정체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절감 역시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전망이다. 당장 줄어든 인력을 대신할 아웃소싱 업체를 고용해야 한다. 결국 인건비가 낮은 아웃소싱 인력을 장기간 고용했을 때에야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KT도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도 '인건비 절감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KT는 악화되고 있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효과가 기대되는 보유 자산 매각에 보다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계열사는 KT캐피탈과 KT렌탈이다. 보유 중인 KT캐피탈 지분 83.6%와 KT렌탈 지분 58% 장부가는 각각 1724억 원, 1569억 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사업 성장성을 고려할 때 장부가 보다 높은 수준에서 입찰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자회사 매각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가 독점 사업이었던 유선 부문에서 영업 수익 규모가 줄어들고 무선 LTE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뒤쳐지면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양상을 보였다"며 "당장 올해 수익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무선 부문의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과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향후 반등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