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휴대전화료 1명당 연 15만원 더 낸 꼴
감사원 조사결과 드러나
정부, 시정조처 않고 덮어
통신 3개사가 최근 3년간 5조원에 가까운 법인세와 투자보수 비용을 부풀려 원가로 산정하고, 18조원이 넘는 과다한 마케팅 비용 등 모두 22조8000억원의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통신비로 떠넘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를 감사해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도 이를 문제삼지 않기로 하는 등 추가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아 통신사들의 고질인 요금 원가 부풀리기와 과다한 마케팅비 사용 등을 바로잡을 기회를 정부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5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감사원의 미래창조과학부 감사 내용을 보면,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 U+) 등 통신 3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법인세 비용 2조1500억원, 투자에 따른 적정 이윤인 투자보수 2조5700억원을 ‘총괄원가’(적정 이윤을 포함한 원가)에 적정 수준보다 과다하게 반영했다. 감사원은 또 통신 3사가 스스로 정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어긴 채 18조600억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과다 지출했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검토했다. 국가기관인 감사원이 통신요금의 적절성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며, 그동안 구체적인 통신원가가 공개된 적도 없었다.
이렇게 부풀려진 원가와 과다 사용된 마케팅비는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에 반영됐는데, 3년간 모두 22조7800억원에 이른다. 연간 7조6000억원꼴로, 국민 1인당 연평균 15만원을 부담한 셈이다. 마케팅비의 경우, 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개통 때 단말기 지원 보조금 형태로 쓰이고 있는데, 결국 통신사가 신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단말기 교체 지원금을 단말기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통신 소비자들이 통신료 등으로 분담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 고객을 위한 기존 고객에 대한 ‘역차별’은 통신업계의 오랜 고질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통신요금 정책과 전파자원 관리 실태 등을 살펴보기 위해 10여명의 직원을 투입해 미래부 감사에 착수해 이런 내용을 파악했으나, 올해 4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신요금 부분은 제외한 채 전파자원 관리 실태만 발표했다. 이에 따라 통신요금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미래부는 감사 이후에도 통신 3사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애초 지적사항에 “미래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영업보고서를 검증하면서 총괄원가에 포함되는 법인세 비용과 투자보수를 과다하게 인정해주거나 과다 지출한 마케팅 비용을 총괄원가에 포함해 통신요금에 전가하고 있는데도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불문’(문제삼지 않음)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번 조사가 국민과 대상 기관을 납득시킬 만큼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특히 마케팅비와 법인세 비용은 실무진이 조사하는 단계 등에서는 검토했으나 최종 보고서에는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영교 의원은 “감사원이 통신요금 정책 분야는 제외하고 주파수 관리 실태만 발표한 것은 국민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