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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인터넷] 황창규·KT 노조 타협…직원들 반발 "황의 연극"

KT, 임단협 조합원 찬반 투표 전 '무분규 타결' 공식발표
"직원들 바보라서 찬성 찍을거라고 확신한 것"
"황의 법칙 아니라 황의 연극"


▲황창규 KT 회장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매년 일었던 KT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투표 논란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앞두고 KT직원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서다. 최근 조직문화의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황창규 KT 회장도 수십 년간 공기업으로서 쌓아온 '보신주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8일 KT 관계자에 따르면 KT와 KT노동조합이 오는 10월 1일 조합원 최종 찬반 투표를 앞두고 '2014년 KT 단체교섭 무분규 타결'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임직원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KT는 지난 26일 "단체교섭에서 합의를 도출해 1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단체교섭 합의 소식이 발표되자 KT 직원들만 모여 활동하는 게시판에는 가협약안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직원은 "황창규 회장은 전 회장이랑 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KT 직원들은 바보라서 이번에도 찬성 찍을거라고 확신한 것이냐"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쟁 이기고 1등 강조하는데 황의 법칙이 아니라 황의 연극", "누가 찬성이래?"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KT직원 A씨는 "조합원 찬반 투표는 시작도 안했는데 이같이 공식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협상단계에서 직원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들은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찬반투표에 대한 압박 의혹도 재조명됐다. 투표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반대하면서도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들이다. 한 직원은 "부서에서 반대표 나온게 티나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봐 맘편히 투표할 수 없다"면서 "투표함을 통합하는 것이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본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측의 찬성 종용에 대한 의혹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도 한 KT 노조원이 목숨을 던지며 남긴 유서에는 "KT노조 단체교섭 찬반 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서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거나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 등의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었다.

KT 관계자는 "투표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하기 때문에 반대표가 나오면 대충 어느팀에서 나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면서 "지사는 팀별로 실시하는 데도 있고 본사는 담당별로 진행하는데, 담당이라고 해봐야 4팀 40명정도라서 충분히 역추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측과 노조 사이에 직원들의 목소리는 없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직원들끼리 재미로 진행된 간이투표 결과다. 협상 내용에는 일체복 지급에 대한 부분도 있었는데, 일체복 지급 찬반투표에 참여한 직원들(165명) 중 96.36%(159명)가 반대하고 있었고 3.64%(6명)만 찬성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단체교섭 가협약안은 오는 10월 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가결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KT노사의 이번 14년 연속 무분규 교섭타결은 대한민국 노사문화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KT 노사의 선택은 최근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타 기업과 산업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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