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원숭이 취급, KT의 조삼모사 요금제 '순액 요금제'
전자신문 입력2014.10.22 18:53기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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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버즈 - 김태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 축소로 단말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뿐만 대리점까지 꽁꽁 얼어붙은 시장 때문에 문 닫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가장 먼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10월 22일 밝혔다.
요금제 이름은 '순액 요금제'로 미래창조과학부 약관신고를 거쳐 12월 출시한다. 순액 요금제는 가입 시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겠다고 약정하면 주는 할인 금액을 처음부터 뺀 요금제다. 기본료가 그만큼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료가 6만 7000원인 '완전무한67' 요금제를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매월 1만 6000원이 할인된다. 이렇게 할인받는 대신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할인액을 위약금(위약3)으로 내야 했다. 순액 요금제는 이런 조건 없이 5만 1000원만 내면 된다. 위약금이 없는 것.
이것만 보면 기본료를 낮추었으니 좋아 보인다. KT도 정식으로 요금제가 나오면 기본료를 낮추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할 것은 뻔하다. 하지만 KT는 그동안 5만 1000원을 받아왔다. 이만큼을 받아도 손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실제 소비자가 내는 돈은 똑같다.
약정할인 시 생기는 위약금(위약3)이 사라졌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단통법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는 24개월을 써야 하는 상황이고, 단말기 지원금에 새로운 위약금(위약4)이 생겼기에 위약3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생색내기용 조삼모사 요금제라 할 수 있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이통사가 위약4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위약3를 없애기로 정부와 사전 조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통사가 순액 요금제 같은 요금제를 내고, 정부는 단통법을 시행해서 기본요금이 20~30% 인하되었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위약3 폐지와 기본요금 인하가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을 하나 가질 수 있다. 왜 위약4를 만든 것일까? 이에 관해 소비자가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에 제보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약3은 서서히 위약금이 많아지다가 1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정점을 찍고 점점 줄어드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단통법 이전에는 '폰테크'를 하기 좋았다. 높은 보조금을 받고 빠른 시간안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적었다. 오히려 12개월 이상 쓴 고객이 해지하면 높은 위약금을 내야 했다.
위약4는 휴대전화를 처음 살 때 이통사와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지원금 때문에 생기는 위약금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휴대전화 보조금을 받아도 약정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약정 의무가 생겼고, 위약4가 만들어졌다. 무조건 24개월 사용을 전제로 지급되며, 그 이전에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위약3와 다르게 위약4는 지원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24개월동안 일정하게 줄어드는 방식이다. 3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가입하고 며칠 후 해지하게 된다면 30만 원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한마디로 위약4는 빨리 해지할수록 위약금이 많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위약3보다 위약4가 더 실효성이 있는 제도인 셈이다.
KT가 순액 요금제를 발표하긴 했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통사와 정부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태우 기자(tk@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