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에 비서실 강화… 황창규, KT에 삼성 입힌다
삼성맨 배치·비서실 강화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닮은꼴
기사승인 [2014-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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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승환 기자 = 황창규 KT 회장(61)이 임기 2년차로 접어드는 내년을 대비해 ‘친정’인 삼성식 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
KT는 비서실 수장에 올해 영입한 삼성 출신의 임원을 선임한 데 이어 상무보급 임원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황 회장이 추진하는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과 비서실 기능 강화는 삼성 특유의 경영 시스템을 연상케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21일 KT에 따르면 삼성전자 출신의 김인회 전무가 최근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비서실 2담당관을 맡게 된다. 김 전무는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로 재무 경영기획 파트에서 경력을 쌓은 ‘삼성맨’으로 올해 초 KT에 둥지를 틀어 재무실장으로 활동했다.
3담당관의 경우도 삼성전자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던 현 윤종진 KT렌탈 IMC본부장(전무)이 유력해 총 3개의 담당으로 나뉜 비서실 수장 대부분이 삼성 출신으로 채워질 수 있다. 현재 비서실 1담당은 신사업 기획 등을, 2담당은 재무·IR 포함한 관리(지원) 업무를, 3담당은 언론·대관·사회공헌(CSR) 등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다.
비서실은 황 회장 취임 후 역할과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2개 담당으로 운영되던 비서실은 최근 3개로 확대된 바 있다. 반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기획본부는 정통 KT맨인 한훈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전무급이 관할하는 조직으로 격하됐다.
업계 관계자는 “KT회장 직할의 비서실은 경영기획본부의 위상 약화로 사실상 계열사 전반을 관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회장의 친정인 삼성은 비서실을 구조조정본부을 확대·강화해 현재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로 유지해, 황 회장이 KT에 친정 체제를 이식한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KT는 23일 상무보급 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황 회장이 올해 취임한 후 상반기에 단행한 희망퇴직에 이은 2번째 인력 재조정이다. 앞서 희망퇴직으로 8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면서 과감하게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도 대대적인 조직슬림화로 실적 개선을 꾀하는 삼성의 경영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는 9월 담당 분야인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겪은 무선사업부의 인력을 500여명을 재배치한 바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도 실적 개선 차원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황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 등을 거쳐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반도체 상무이사,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 KT 회장으로는 올해 1월 27일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