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자금융사업 자진 등록 말소
지난해부터 사업 축소…7년 축적 금융IT 노하우 '물거품' 될 듯
금융+IT 핀테크 부상 등 IT환경 변화에 역행 지적도
KT가 전자지급결제 등 전자금융사업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관측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KT의 전자금융업 등록을 말소 처리했다. 이는 KT의 신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규정한 전자금융업 6개 분야 중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번에 등록이 말소되면서 KT는 법적으로 더이상 전자금융업자가 아니게 됐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전자금융업자 등록명부에서 기존 68개 업체 중 KT를 삭제해 67개 업체로 명부를 수정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 월드패스카드 사업을 위해 등록을 했었는데 사업을 종료해 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가 월드패스카드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2년이고 판매가 종료된 것은 2011년 8월 1일이다.
그런데 KT가 전자금융업에 등록한 것은 2007년이며 2014년 12월 등록이 말소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권은 KT가 사실상 전자금융업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2007년 7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으로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했다. 이후 전자결제 분야에서 BC카드와 긴밀히 협력했고 하렉스인포텍과 모카페이를, 신한은행과 선불형 전자화폐 주머니(ZOOMONEY) 등을 선보이며 활발히 전자금융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KT는 전자금융사업을 축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KT와 하렉스인포텍은 각자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모카페이는 유비페이로 이름을 바꿨다. 또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신한은행과 추진한 주머니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어 이번에 전자금융업 등록 말소까지 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고민을 한다면 등록 말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말소 신청은 사실상 KT가 전자금융업과 연결된 다리를 불태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자금융업 재등록과 승인에 시일이 걸릴 뿐 아니라 한번 말소 신청한 업체에게 금융당국이 쉽게 재등록을 해주겠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자금융업 철수가 황창규 KT 회장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기자들을 만나 주력사업인 통신사업에 역량을 기울이고 계열사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IT업계에서는 KT가 IT 환경 변화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금융과 IT의 융합인 핀테크가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 SK플래닛, 다음카카오, 네이버, LG CNS 등 IT기업들이 핀테크에 주목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KT는 7년 간 노력하며 축적한 금융IT 노하우를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