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공공사업의 시련···입찰제한으로 경쟁사에 텃밭도 뺏겨
[ 2015년 01월 20일 ]
KT가 공공사업에서 경쟁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으로 6개월간 공공사업 입찰이 제한되면서 ‘텃밭’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사례도 나왔다. 모든 통신사가 참여할 수 있는 4월 이후로 사업을 연기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아 한숨짓고 있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이날 충청남도 국가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선정 사업의 착수보고회를 진행했다. 도 내 행정망을 고도화하는 사업으로 전체 규모가 100억원 이상이다. LG유플러스는 망 구축 후 5년간 회선비를 받아 수익을 챙기게 된다. 해당 사업은 기존에 KT가 담당했던 사업이다. LG유플러스가 망 구축을 완료하면 기존 KT 망은 철거된다. 사업자 갱신 시점이 KT의 부정당 제재 기간과 맞물리면서 KT는 다른 통신사의 사업 수주를 지켜봐야만 했다. 충청남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사이 여러 공공사업이 발주돼 사업자 선정 작업이 진행됐다.
LG유플러스는 울산 남구청, SK텔레콤은 광주 북구청, SK브로드밴드는 창원시청 망 고도화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사업자 선정을 준비 중인 강원도 내 일부 지자체 사업도 KT가 참여하지 못해 결국 다른 통신사 중에서 낙찰자가 가려질 공산이 크다.
KT는 공공망 구축 사업의 80% 이상을 수주하며 이 분야 강자로 군림해왔다. 전국에 폭넓게 설치된 유선 인프라(전주, 관로, 케이블 등)와 많은 인력을 바탕으로 유지보수와 장애복구 등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하지만 부정당 제재로 적잖은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KT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KT 협력업체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쟁력 있는 업체의 입찰 참여 기회가 늘어날수록 업체 간 경쟁으로 사업비(예산)가 절감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발주를 미뤄야 한다는 게 이들이 주장이다.
한 장비업체 임원은 “다른 통신사에는 기회일지 모르지만 입찰 참여 업체가 줄어들수록 경쟁을 통한 예산 절감과 품질 향상은 어려워진다”며 “발주자 입장에서도 참여 업체가 많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북도청과 강원도청 등 일부 공공기관이 사업 발주를 4월 이후로 연기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12월 망 고도화 사업 사전규격을 공지했다가 모든 통신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연기를 결정했다. 최근 사전규격을 공고한 경기지방경찰청도 사업을 잠시 보류한 상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