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취임 1년...KT 주가 제자리 걸음
아시아투데이 정희영 기자 =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지 1년이 흘렀다. 하지만 KT의 주가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상승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을 통해 조직효율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였으나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할 만한 실적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 주가는 전날 대비 300원(1.02%) 하락한 2만9250원에 마감했다. 황 회장의 취임 1주년이었던 지난달 27일(종가 3만300원) 이후 7거래일 계속 뒷걸음질이다.
황 회장 취임 1주년간 주가변동을 살펴봐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월 27일 KT 주가가 2만985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상승률은 1.5%에 불과하다. KT주가는 지난달 9월 12일 종가기준 3만6050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주가는 20만5500원에서 28만8000원으로 40.15% 뛰었다. LG유플러스도 1만200원에서 1만2400원으로 21.56% 상승했다.
황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취임 3달 만에 8000여명의 명예퇴직을 전격 시행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서 벗어나 통신사업 위주로 역량을 결집시키기로 하고 싸이더스FHN 등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매각했다.
황 회장은 기업문화 혁신에도 공을 들였다. KT에 남아 있는 공기업 시절의 보신주의를 바꾸고 1등 DNA를 심기 위해 공들였다. 임원부터 일반 사원까지 성과주의를 도입해 신상필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황 회장의 과감한 행보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일단 조직쇄신의 결과를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9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대비 적자전환한 것이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9655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커졌고 매출은 23조4215억원으로 1.6% 감소했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가 영업이익이 576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3%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K텔레콤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2% 감소한 1조8251억 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KT 측은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명예퇴직 비용이 1조원 가량이며 이는 회사의 부채를 11%나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케팅 비용의 증가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은 3조1528억원으로 전년보다 17.6% 늘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4분기에도 전분기보다 9.6%, 전년보다 7.5% 늘어난 8172억원을 사용했다.
황 회장은 취임 2년차인 올해는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난해가 경쟁력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가시적인 실적인 실적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남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구조조정 효과에 마케팅 역량만 배가되면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주가에 대한 확신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단통법 이후 KT가 이통 점유율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데다, 유선 경쟁(비용 & 매출)은 올해도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등 올해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