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의 ‘승부수’, 시작부터 ‘삐거덕’ | ||||||||||||||||||
기가인터넷 밀고 있지만…출시 이후 가입자 ‘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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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부광우·조규정
기자] 황창규 회장이 실적 부진에 빠진 KT를 구해내기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 기가인터넷이 초반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기가인터넷 서비스
출시 이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전체 가입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면서 초반 흥행엔 실패한 셈이다. 기가인터넷이 KT의 미래라며 힘을 실어 줬던 황 회장으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12월 기준 인터넷 가입자 수는 812만9482명으로 전달(815만9197명) 대비 2만9715명(0.4%) 줄었다. KT가 지난해 10월 기가인터넷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가 늘기는커녕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가인터넷은 초당 100메가비트(Mbps) 속도인 기존 광랜 초고속인터넷보다 이론상 1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다.
더욱이 기가인터넷 출시 이전까지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오히려 새 서비스 공개 이후 고객들이 발길을 돌린 셈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월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1월 804만740명 ▲2월 803만2176명▲3월 803만6899명 ▲4월 801만5543명 ▲5월 802만6663명 ▲6월 803만8765명 ▲7월 804만7577명▲8월 807만6637명 ▲9월 810만6821명 ▲10월 813만6159명 등이었다.
지난해 2월과 4월에 전달 대비 각각 8564명, 2만1356명이 줄며 연초에 다소 가입자 수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5월 이후부터는 매달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기가인터넷이 출시된 후 두 달째에 접어든 12월에만 전달 대비 2만9715명의 가입자가 빠지며 3만명 가까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KT 측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KT 관계자는 “핸드폰 가입자 수에 변동이 있듯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유동적”이라면서도 “지난해 12월에 가입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기 때문에 자사의 가입자 수가 많이 줄어든 것 아니겠냐”며 말을 흐렸다.
◆ 기가인터넷 잘 나간다지만…총 가입자는 줄어 기가인터넷 서비스만을 떼어놓고 보면 상승세지만 이처럼 KT의 초고속인터넷 전체 가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KT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의 기가인터넷 가입자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1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총 가입자 수는 기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100Mbps광랜과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기가인터넷
상용화 후 가입자 3만명 ‘이탈’
즉, 기가인터넷 서비스 출시 이후 KT의 초고속인터넷 전체 가입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기존 가입자의 이탈이 많았다는 의미다.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기가인터넷으로 갈아탔다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전체 가입자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기가인터넷 서비스에 새로 가입한 고객보다 출시 이후 KT에서 빠져나간 고객이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KT의 새로운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기가인터넷 가입자 수가 단기간에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새 서비스의 효과가 없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전체 가입자 수와 비교할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 기가토피아 실현 가능할까 기가인터넷 사업은 황 회장의 역점 사업이다. 황 회장은 지난해 11월 ‘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ITU 전권회의 시작과 함께 세계 최초로 ‘기가 인터넷’ 상용화 개시 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주요인사가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며 “표준화를 누가 주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KT가 기가인터넷 표준을 전 세계 통신협회에 제안했고, 두바이에서 안건으로 채택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국제적인 기술 표준을 KT가 앞장서 제안한 것으로 그만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바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에도 KT부산국제센터에서 세계 최대의 국제 해저통신망을 운용하는 통합관제센터(APG NOC) 개소식에 참여해 기가인터넷 사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황 회장은 “오랫동안 방방곡곡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이제 KT는 전국 어디서나 1기가(Gbps) 인터넷 서비스를 한다. 기가인터넷은 앞으로 다가올 ‘기가토피아’ 시대의 서곡”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