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대인데…휴대폰 할부금리 올리는 이통사들
서울 종로의 KT 대리점/주완중 기자
지난 2011년 연 3.25%까지 치솟았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계속 하락해 그 절반 수준에 가까운 1.7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기준금리 인하 추세에 아랑곳 없이 고객에게 받는 할부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할부금리를 올린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할부금수수료(할부이자)다.
KT는 지난 1월 31일 단말기(휴대전화) 할부수수료를 기존 월 0.25%에서 월 0.27%로 0.02%포인트 올렸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3.2%다. KT는 “경쟁업체들이 더 높은 할부이자를 받고 있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할부수수료는 연 5.9%(월 0.492%)에 달한다. 이는 2009년 할부수수료 제도 도입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이 제도 도입 이전에 통신사들은 할부 수수료를 매달 부과하지 않고 단말기 할부에 대한 보증보험 수수료 명목인 ‘할부보증금’으로 한번에 1만~3만원을 받았다. 이 마저도 보조금을 활용해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9년 이후에는 매달 할부금리를 적용해 매달 일정액의 할부금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재 할부수수료의 연이율만 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구매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굳이 말하면 수수료 인상 후에 오히려 KT 고객이 부담하는 이자가 더 많아졌다는 평가다. 할부수수료 산정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KT는 개통 당시의 할부원금(단말기 출고가에서 각종 지원금을 제외한 금액)기준으로 월 0.27%을 적용한다. 반면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잔여 할부원금에 월 0.492%를 적용한다. 말하자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 휴대전화를 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할부금을 갚으면 잔여 할부원금이 점점 줄면서 이자 부담도 감소한다. 그러나 KT는 처음 적용한 수수료를 할부가 끝날 때까지 매달 받는다.
예를 들어 할부원금이 60만원인 단말기를 24개월 할부로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총 할부수수료는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경우 3만7468원, KT는 3만8880원이다.
이번 한국은행 기준 금리 인하를 계기로 단말기 할부수수료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통신3사는2013년 할부수수료로 최소 3500억원을 거둬 갔다”며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할부수수료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