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열사 절반이 적자 기업
종속기업 42곳 중 22곳, 지난해 순손실 기록… 황창규 회장 구조조정 행보 주목
KT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종속기업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효율성이 낮은 '공룡 기업'의 면모를 다시 드러낸 셈이라, 취임 후 적극적인 구조조정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창규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연결 대상 종속기업 수는 65곳이다. 이중 중간지배기업에 실적이 연결되는 말단 기업을 제외하고 경영실적이 확인되는 종속기업의 수는 42곳이다. 이들 기업 중에서 지난해 당기순익을 낸 곳은 20곳에 그치며, 절반 이상인 22개 기업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KT일본법인이 22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가장 적자 규모가 큰 계열사로 나타났고, 해외법인 대부분이 저조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계열사 중에는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업체인 KT DS가 113억 원으로 순손실 규모가 가장 컸고, 교육업체인 KT이노에듀(72억 원)와 시설경비업체인 KT텔레캅(65억 원)이 뒤를 이었다.
적자 계열사 22곳의 순손실액 합계는 94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엔써즈와 KT이노에듀 등 4곳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자본 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적자 계열사의 상당수는 지난해 뿐 아니라 2013년에도 순손실을 기록했던 업체들로, 적자경영 기조가 고착화된 기업으로 평가된다.KT는 이런 계열사들의 부진과 명예퇴직 등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 탓에 지난해 23조가 넘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2916억 원의 영업손실과 966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T의 이런 부실 계열사들에 황창규 회장이 메스를 들이댈지 주목하고 있다. 황 회장이 삼성전자 출신의 기업인답게 지난해 초 취임 직후부터 줄곧 경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전임자인 관료 출신의 이석채 전 회장이 '탈통신'을 외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자회사를 20곳 가량이나 늘려 KT그룹의 조직을 비대하게 만든 것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이 전 회장과 반대로 '다시 통신', '싱글(Single) KT'를 주창하며 본업인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황 회장은 전임자가 추진한 확장 전략의 결과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에 메스를 대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단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싸이더스FNH와 유스트림코리아 등 일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했고, 최근 KT렌탈을 롯데그룹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올 초엔 이 전 회장이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출범시켰던 KT미디어허브를 KT에 합병시키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관련 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이런 경영방침에 따라 KT그룹이 사업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역할이 중복되는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조만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 상당수가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은 황 회장이 올해부터는 KT그룹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속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 기조가 고착화된 계열사나 부실 기업 등을 과감히 도려낼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