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지하철광고사업 1300억대 소송 휘말려
- 사업회사 5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이석채 전 회장 잔재 '골머리'
KT가 지하철광고대행업에 진출했다가 13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해야하는 소송에 휘말렸다. 전임 이석채 회장시절 손을 댄 지하철광고대행업은 사업 시작 후 줄곧 손실을 내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고 결국 황창규 회장이 거금이 걸린 소송까지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자회사 스마트채널은 지난해 3월 31일자로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 1298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현재는 법원을 배정받고 변론 이전 상태다.
KT는 지난 2009년 지하철 5, 6, 7, 8호선에 광고와 미디어 시설물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맺고 스마트채널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KT가 지분 56%, 부산은행이 35%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자본금은 100억 원이다.
KT컨소시엄은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사업 계약을 맺으며 2010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0년 간 광고사업권을 부여받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0년간 KT컨소시엄에 사업권을 주는 대가로 연간 130억 원 가량 수익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KT의 지하철광고사업은 예상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다. 사업을 시작한 첫 해인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영업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10년 60억 원 손실을 기록한 KT의 지하철광고법인 스마트채널은 2012년 111억 원 손실을 내더니 지난해 119억 원까지 손실 규모를 키웠다.
누적된 사업 손실은 자산을 갉아먹는 수준이 됐다. 그 까닭에 스마트채널은 설립 이래로 계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78억 원 수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130억 원 가량의 수익을 보장하기는 요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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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채무를 책임질 곳은 최대 출자자인 KT뿐이다. KT는 스마트채널에 출자하며 맺은 약정에 따라 스마트채널이 채무를 지급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자금을 제공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KT가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채널 투자주식 10만 주가 담보로 제공됐다. KT는 이미 스마트채널과 관련된 채권 등 494억 원 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뒀다.
여기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제기한 소송에 따라 1300억 원에 달하는 보장금을 KT가 책임져야 할 가능성까지 생긴 것이다. 소송에 지게 되면 이미 손실처리한 494억 원에 1300억 원의 보장금까지 총 1800억 원에 가까운 거금을 지하철광고사업에 쏟아부은 셈이 된다.
현재는 본격적인 변론이 시작되기 이전 상태라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더구나 이에 앞서 KT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제기한 2건의 소송 결과가 1300억 소송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소송 진행에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소송에 앞서 두 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하철광고 설치물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금액 증액 요청의 건을 포함해 총 소송금액은 389억 원 가량이다. 소송 금액은 크지 않지만 설치물 설계 변경에 따른 사업금액 증액 요청 소송이 KT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송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건으로 파악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제기한 설치물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금액 증액 요청 소송은 현재 1심에서 패소해 KT가 항소한 상태다.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청구한 1300억 원 보장금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채널이 지하철광고 설치물 공사를 진행하던 중 설계를 변경해 사업금액이 늘어난 것을 법원에서 인정받으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늘어난 금액을 감안해 보장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
스마트채널은 현재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존폐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석채 전 KT 회장이 추진한 지하철광고사업으로 총 1700억 원에 달하는 소송만 발생했다.
올 하반기 1300억 원 규모 소송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지만 양측의 항소로 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측 모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