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가 7일 음성 통화는 무제한 사용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처음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동통신 사용 형태가 통화에서 인터넷 기반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요금체계도 통화량 기반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됐다.

케이티 남규택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이날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2만원 대 최저 요금의 음성 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새 요금제는 모든 요금 구간에서 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지인들과 음성 통화만 많이 쓰는 주부나 세일즈맨의 경우 2만9900원의 최저 요금제를 쓰면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기존 무제한 통화 요금제의 경우 그에 비례한 대량의 데이터와 결합된 상품들로, 5만원대 이상의 요금을 납부해야 했다.

이날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인 케이티가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고 나서자 1위인 에스케이텔레콤(SKT)과 3위 엘지유플러스(LGU+)도 모두 비슷한 형태의 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보도자료를 내서 “ 2만원 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와 지금보다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인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 회사는 50% 가까운 점유율에 1위 사업자라 새 요금제를 내려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엘지유플러스도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비롯해 경쟁사 대비 혜택을 강화한 미래형 요금제를 다음주 중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통전화 요금 선택이 기존의 ‘음성통화 ○○분 제공에 얼마짜리’를 기준으로 고르는 통화량 중심 체계에서 ‘데이터 ○○GB(기가바이트)에 얼마짜리’를 고를지 선택하는 데이터 기준체계로 바뀌게 되었다. 음성통화는 현재 문자메시지서비스(SMS)가 그렇듯이 기본 제공하는 서비스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더불어 전달 또는 다음달의 데이터를 당겨 쓸 수 있는 데이터 이월제를 모든 요금제에 적용하기로 했다. 다음 달 데이터는 최대 2GB까지만 당겨 쓸 수 있다. 구체적으로 8GB 데이터 서비스를 쓰는 사람의 경우 전월 데이터를 하나도 안써 그대로 남기고 다음달 데이터 사용량 2GB를 먼저 쓰면 한달에 최대 18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식이다.

새 요금체계는 가계통신비 절감에 이로울 전망이다. 데이터 이용량 기준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고 이월이 가능해 합리성이 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1인당 평균 월 3590원 절감이 예상되며 1천만명 기존 케이티 엘티이(LTE) 고객에게 적용했을 때 가계 통신비 연 4304억원 절감이 기대된다”고 예고했다.

이통요금제 개편은 2008년 아이폰 국내 출시 뒤 휴대전화가 컴퓨터와 다를 바 없게 된 환경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피처폰(컴퓨터 기능이 약한 예전 휴대전화)를 경험한 세대가 폰을 전화 용도 중심으로 쓰는 것과 달리 젊은 세대는 메신저나 엔터테인먼트 기기에 더 가깝게 인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이통사들이 마케팅비를 절감하게 된 것도 요금 경쟁을 불러온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회사에서 강조하듯 기존 요금제 대비 “파격”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제공 데이터량이 작은 탓이다. 최저요금제(2만9900원)의 경우 300MB를 제공하는데, 같은 회사의 기존 망내 무제한(KT끼리 통화 무료) 2만8000원짜리 요금제의 경우 750MB를 제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