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자연경관 KT 내부고발자 해고는 보복성 조치"
'국민권익위 공익신고자보호조치 정당' 판결... 해고자 복직 길 열리나
▲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시키기 위해 KT가 '무늬만 국제전화'로 국민을 속였다는 '공익제보를 한 이해관 전 노조 위원장이 2013년 1월 2일 해고 규탄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
ⓒ 조재현 |
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
투표 요금 부정 청구를 알렸던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14일 나왔다. 공익제보를 하고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이 전 위원장의 복직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의
해임을 취소하라며 보호조치결정을 내린 것을 취소해달라는 KT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회사의 승인 없이 무단 결근·조퇴했다는
KT의 주장과 달리 회사는 처음부터 그의 병가 신청 등을 허락해줄 마음이 없었다며 이 전 위원장은 공익제보 때문에 보복성 징계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위원장은 '대국민 사기극' 논란이 빚어졌던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 투표의 진실을 알렸던
인물이다. 2012년 2월 그는 KT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종료하고도 소비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한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4월 30일에는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관련 기사 : KT 제주 7대 경관 투표는 무늬만 '국제전화').
KT는 곧바로 이 전 위원장에게 2개월
정직처분을 내리는 한편 출퇴근에만 5시간씩 걸리는 경기도 가평지사로 전보조치했고, 그해 12월에는 잦은 무단조퇴와 결근 등을 이유로 그를
해임했다(관련 기사 : "KT, 공익제보했다고 보복 해고").
2013년 4월 22일 국민권익위는 이 전 위원장의 해고는
공익신고 등에 따른 불이익이라며 KT에 해임을 취소하라고 보호조치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KT는 국민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이 절차와 내용 모든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회사 잘못했다는데... KT 끝까지 갈 것
같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마감일을 200일 앞둔 2011년 4월 24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 일출봉 잔디광장에서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선정기원 관광문화축제'에서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과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 설립자 버나드 웨버로부터 세계 7대 자연경관 최종 28개 후보지로 선정된 인증서를 건네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유성호 |
14일 법원은 KT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공익제보자이며, 국민권익위의 보호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 KT 주장과 달리 "회사는 처음부터 병가
신청 등을 승인해 줄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결국 이 전 위원장의 해임은 "공익신고자에게 가해진 보복성 조치"라는 얘기였다.
이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원이 회사가 잘못했다고 명백히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절차 미비로
패소했던 정직·전보 관련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취소소송과 달리 이번 판결은 '(권익위가 이유 등을 제시하지 않아) 방어하지 못했다는 회사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뜻"이며 "법원도 제 해임을 명백한 보복조치로 봤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그가 회사와 벌이는 4번째 재판이다.
절차 미비 문제로 국민권익위의 정직·전보 관련 보호조치 소송에선 KT가 이겼지만, 대법원은 이 전 위원장이 '공익제보자'라고 인정했다. 그가
승소한 정직·전보 취소소송에서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14일 판결 역시 2심, 3심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하면 이 전 위원장은 국민권익위 보호조치에 따라 자동 복직하게 된다.
문제는 해고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점이다. 이
전 위원장은 "KT는 시간을 끌고, 끝까지 가려고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신의 해고가 이석채 전 KT 사장 때 벌어진 일인 만큼
황창규 회장 체제의 KT가 깨끗이 법원 판단을 승복하길 바라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소장 신광식)도 14일 논평을 내 "KT는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을 수용, 공익제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