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정원 내부문서 공개 파장
민노당원 교사 징계 압박도
민노당원 교사 징계 압박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시절의 국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불법화를 추진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탈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1년 2월18일치 ‘(원세훈 국정)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서를 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지부장들이 교육감이라든가, 교육감이 좌파교육감 같으면 부교육감(교육부 공무원)을 상대해서 …(중략)… 지난번 판결로 인해 민노당(민주노동당) 가입 교사들에 대한 징계 같은 것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하라. 우리가 전교조 자체를 불법적인 노조로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의 이 발언은 매달 열리는 부서장 회의에서 한 것으로, 국정원의 관여 여부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간부급인 지부장이 직접 보수 교육감 및 교육부 관료들을 움직여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하고 전교조 불법화에 나서라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의 이런 ‘인사 징계’ 압박은 앞서 2011년 1월 민노당 당비를 납부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50만원을 선고받자 나온 것이다.
원 전 원장은 또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탈퇴를 유도하거나 이 과정에 개입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2009년 케이티 노조가 탈퇴하고, 2011년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민주노총 계열 노조 사업장에 어용노조가 잇달아 설립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 문서는 원 전 원장의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전교조를 ‘종북 좌파 세력’으로 몰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도 결국 국정원의 공작이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전교조가 부당한 정치권력에 희생되지 않도록 헌재가 28일 법외노조화와 관련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자료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전종휘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