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TS반도체에 물렸다
펀드 통해 자회사 200억 투자..워크아웃으로 자금회수 비상
KT 계열 사모투자펀드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보광그룹 IT 계열사에 20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KT펀드는 모회사인 STS반도체와 지급보증 약정을 맺었지만, STS반도체도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자금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투자금융업계와 STS반도체에 따르면 뱅가드사모투자펀드(이하 뱅가드PEF)는 STS반도체 자회사인 '비케이이엔티'에 총 200억 원 규모의 우선주 투자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뱅가드PEF는 지난 2009년 설립된 사모펀드로 KT캐피탈과 아시아밸류인베스트가 운용사(GP)로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와 코아로직, 유안타증권(옛 동양종합금융증권), 산은캐피탈이 펀드 출자자(LP)들이다. 펀드 규모는 약 210억 원이다.
KT캐피탈은 GP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59억 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이 때문에 뱅가드PEF는 KT 계열사로 묶여 있다. 뒤를 이어 과학기술인공제회와 같은 보광그룹 계열사 코아로직이 각각 50억 원, 40억 원을 투자했다. 유안타증권과 산은캐피탈 출자액은 30억 원으로 같다.
뱅가드PEF는 설립 당해 곧바로 출자 약정액 전액을 보광그룹 계열 IT업체인 비케이이엔티에 투자했다. 200억 원을 출자한 대가로 비케이엔티 전환상환우선주 444만 4444주를 확보한다. 당시 최소 이익 보장 및 의무 배당 조건도 달았다.
뱅가드PEF는 지난 2012년 비케이이엔티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자 더욱 확실한 자금회수 안전판을 마련한다. 투자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모회사인 STS반도체로부터 주식매도선택권(풋옵션)을 확보한다. STS반도체는 비케이이엔티 지분 48.5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연간 2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알짜 기업인 STS반도체가 투자금 회수의 모든 책임을 지도록 만든 셈이다.
실제 STS반도체는 그 해부터 비케이이엔티에 281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게 된다. 채권자는 뱅가드PEF며 보증기간은 올해 6월까지로 설정해뒀다.
하지만 최근 STS반도체와 비케이이엔티가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서 뱅가드PEF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믿었던 STS반도체란 안전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STS반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자들은 협의체를 만들어 보유 채권액에 대한 조정 절차를 거친다. 일부 채무 변제가 이뤄지고 출자 전환이 진행되기도 한다. 뱅가드PEF의 경우, 무담보 채권자이기 때문에 일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펀드 운용사인 KT캐피탈도 평판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T캐피탈 관계자는 "뱅가드PEF는 비케이이엔티 투자만을 위한 프로젝트 펀드였다"며 "자금회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채권단에서 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