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新미래성장동력으로 '금융' 정조준했다
新 모바일 지갑 '클립' 자회사 BC카드 금융융합 협업 본 궤도…인터넷銀 직접 진출 노려
KT (29,600원 200 -0.7%)가 차세대 먹거리로 ‘금융’ 사업을 정조준했다. 금융은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초 구상한 KT의 5대 미래 융합 사업에서 빠져 있던 분야다. 그러나 올 들어 황 회장이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신사업으로 바뀌었다. 이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통 금융 산업의 구조개편 움직임과 더불어 금융IT 융합 신사업에서 정체된 통신 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는 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황 회장의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서준희 BC카드 사장과 김인회 KT 재무실장 등 황 회장이 지난해 영입한 삼성 출신들이 선두에 섰다.
◇BC카드와 협업 속도 낸다
KT는 금융 자회사인 BC카드와의 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8일 출시한 신개념 모바일 전자지갑 ‘클립’이 대표적이다. 클립은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근처 가맹점에서 신용, 체크, 멤버십 카드 중 가장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결제카드를 자동 추천해준다. BC카드의 가맹점 정보와 전국 18만여 개에 달하는 와이파이와 비콘(근거리무선통신) 등 KT 위치 측위 기술이 결합됐다.
KT는 이후 클립을 다양한 핀테크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스마트폰에 카드정보를 저장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 기능도 추가된다. 이 경우, 멤버십 카드와 쿠폰 카드와 실제 결제 가능한 신용체크카드까지 한 번에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 완성되는 셈이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이날 “클립은 그룹 역량을 집결한 금융IT 융합서비스 모델”이라며 “이후 결제기능까지 탑재될 경우, 핀테크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T가 BC카드를 인수한 건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인 2011년.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제껏 연결재무재표상 KT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캐시카우’ 역할에만 머물러왔다. 한때 KT와 포인트 공유 등 일부 협업 사업모델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폐지됐다.
그러나 올 들어 KT가 핀테크를 비롯한 금융 신사업에 의욕을 보이면서 BC카드가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KT와 BC카드가 중국은련과 손잡고 600만명에 달하는 중국 관광객(유커)들을 대상으로 한중간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결제 서비스와 해외 송금 서비스 등 핀테크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 계약을 위해 황 회장이 지난달 상하이 본사를 직접 찾기도 했다.
금융IT 시장을 겨냥한 KT의 행보는 전방위적이다. 최근 우리은행, 우정사업본부, KB금융카드와 잇따라 손잡고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를 융합한 담보 대출, 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금융 서비스 등 융합 서비스 사업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T커머스(TV상거래) 간편결제 서비스인 ‘올레TV페이’를 출시했다.
◇KT, 이제는 금융업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교보생명, 우리은행과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 중이다. KT는 지난 6월부터 김인회 재무실장(전무)을 사령탑으로 한 ‘인터넷은행 TF’를 가동 중이다.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통해 노리는 시장은 중금리 대출 시장. KT 유무선 가입자 정보, BC카드의 가맹점 정보와 빅데이터 기술을 인터넷은행 사업에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KT 판단이다. 현행법상 KT가 참여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지분은 고작 4%. 최대 10%지만, 이후 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 참여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KT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통해 금융 사업모델과 노하우를 축적할 경우, 이후 금융IT 융합 시장을 주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