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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재벌 위에 먹튀 자본, '빨대 자본'으로 진화"

[현장] 국내외 '뱀파이어 자본'에 맞선 '약탈경제반대행동' 출범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가 8월 3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약탈경제반대행동 출범식을 겸해 열린 토론회에서 '약탈 경제'의 폐해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론스타, 맥쿼리 등 '외국 투기자본'에 맞서온 이들이 '약탈경제반대행동'으로 다시 모였다. 과거 단기 차익만 노리고 떠났던 '먹튀 자본'이 국내 재벌과 대기업을 통해 국민 경제를 지속적으로 약탈하는 '빨대 자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약탈경제반대행동 출범식에는 노동자, 자영업자, 청년 등 '약탈 경제' 피해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기려는 영국 테스코에 맞선 홈플러스 조합원을 비롯해 론스타에 맞섰던 외환은행 조합원,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해체를 촉구하는 동양 사태 피해자가 그들이다. 학자금 대출 수천만 원을 갚으려고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알바노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민저널> 편집위원장인 정승일 박사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재벌이 약탈한 부를 기업사냥 펀드들이 탈취해 가고 있다"면서 "지금 야당과 진보 진영에선 재벌개혁만 하면 약탈적 임금, 약탈적 거래가 사라질 것처럼 얘기하지만 재벌을 포함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횡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재벌 개혁은 약탈적 자본주의의 껍데기만 건드리고 실체를 건드릴 수 없다"면서 "약탈적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맞서야 시민과 사회 공동체가 주인이 되는 사회연대적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투기자본' 감시 운동, '약탈경제' 반대로 확대

실제 과거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주주 자본주의에 입각한 재벌 개혁보다는 국내 기업 경영권과 단기 차익을 노린 해외 헤지펀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03년 SK 경영권을 노렸던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나 최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외국 자본이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재벌 총수 일가에 맞서 대다수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결국 단기 차익만 얻고 빠지면 해당 기업 노동자들과 소비자, 협력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이유였다(관련기사: 삼성물산 합병 반대하면 '해외먹튀' 편든다?).

다만 이해관 KT 새 노조 대변인은 "KT의 경우 2002년 민영화되면서 외국 자본이 49%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비싼 통신요금을 받아 번 돈을 매년 수천억 원씩 배당으로 받아가고 있다"면서 "IMF 직후처럼 한탕 크게 먹고 튀는 '먹튀 자본'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에 빨대를 꼽고 단물을 계속 빨아먹는 '빨대 자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를 맡았던 이대순 변호사도 "MBK 파트너스, 보고펀드 같은 사모펀드 자금원도 국내 대기업 총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면서 "재벌 2, 3세 등 우리 사회 헤게모니를 쥔 사람들의 수준이 실망스럽고 대기업이 약탈 경제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국내 재벌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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