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황창규 회장에게 고충 e-메일 보낸 여직원…1개월 정직
황창규 KT회장에게 현장업무의 고충을 작성해 e-메일을 보낸 직원이 이를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KT업무지원단에서 무선품질측정업무를 담당하는 이 모씨는 황창규 회장에게 ‘개인정보유출이 없는 사업용 측정폰을 제공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e-메일을 지난 4월 23일과 30일, 5월 12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특히 4월 23일에는 e-메일과 함께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우체국을 통해 황창규 회장에게 보냈다. 이는 메일을 받는 사람이 전달받았다는 것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것으로 황창규 회장이 메일을 꼭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e-메일 내용을 살펴보면 무선품질측정업무를 위해선 WDM(SDM)이라는 앱을 해당폰에 깔아야 하는데 이 앱을 깔면 다른 사람이 해당폰의 모든 기록과 개인정보를 볼 수 있고 심지어 원격제어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별도의 사업용 측정폰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또 개인정보가 어느 이슈보다 민감한 시기에 직원들에게 개인정보유출이 가능한 이 앱을 개인폰에 설치해 업무를 수행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 분당 KT사옥 |
이에 이 씨는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앱 설치를 거부했다는 점을 밝히고 사업용 폰을 지급해달라고 회사의 CEO인 황창규 회장에게 e-메일을 보내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 씨에게 돌아온 것은 개선된 업무환경이 아니라 정직 1개월의 징계였다. 마지막 이메일을 보낸 다음날인 5월13일 KT 커스터머부문 보통인사위원회로부터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5월20일에 인사위원회가 열려 이 씨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업무 지시된 무선품질측정업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과 CEO에게 항의성 내용증명 문건을 보내는 등 조직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직원이 현장의 고충을 회장에게 전달하는 것이 징계사유가 되는 줄 몰랐다”며 지난 6월 30일 KT중앙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7월 3일 KT중앙인사위원회가 발표한 재심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다른 항목이 있다면 1심에선 분명 징계사유로 ‘CEO에게 항의성 내용증명 문건을 보내는 등 조직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명시된 것이 ‘업무수행 거부를 확대‧악화 시키려는 의도가 보이는 등 악의적인 행위’로 변경돼 있다.
징계를 내린 KT 측은 “무선측정업무와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지시를 했다”며 “징계 또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씨는 “인사위원회에서도 CEO에게 e-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징계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징계사유가 바뀐 이유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