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황창규 KT 회장…이석채 전 회장 전철 밟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14년 1월 위기의 KT호의 선장으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황 회장이 부임하기 전 KT는 전임 이석채 회장과 그의 측근들의 비리 등의 문제로 사면초가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 회장은 부임하자마자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 머리를 숙여야 했다. 전반기 황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 체제 청산에 집중했다. 낙하산 인사, 부동산 헐값 매각, 인수합병과 관련한 비리, 갑을문제 등 전임회장 시절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 임기 전반기를 돈 황 회장의 KT는 올해 2분기 매출 5조4313억원 영업이익 36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끊었던 배당도 다시 약속하는 등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KT 비전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부임 후 1년 8개월 동안의 과정을 ‘금석위개(金石爲開)’로 표현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화살을 쏘니 단단한 바위를 뚫었다는 뜻인데 직원들의 노력으로 성과가 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202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이처럼 황 회장은 전임 이석채 회장의 실패를 지운 것으로 자평하고 있지만 외부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방식만 다를 뿐 전임회장이 걸어온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부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나 주요 자산 매각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것이 비슷하다.
이석채 전 회장은 목동사옥 등 주요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직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전히 KT의 부동산 자산이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이상의 부동산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황 회장은 직원들 반발이 큰 부동산 대신 우량 자회사를 선택했다. 이석채 전 회장시절 무분별한 영역확장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롯데에 매각한 KT렌탈은 자회사 중 실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미래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KT는 잘 나갈 때 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1조2000억원에 미래성장동력을 맞바꿨다는 평가도 나왔다. KT렌탈은 오너 부재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도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물인터넷(IoT) 구현을 위해서도 필요한 기업으로 평가됐지만 이석채 전 회장 시절 핵심 부동산과 같은 신세를 맞이했다. 또한 직원들에 대한 복지비와 인건비를 줄여 실적방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황 회장 역시 경쟁사에 비해 많은 인력에 대한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영 측면에서는 기가인터넷, 5G, 통신 130년 등 이슈 선점에는 성공하면서도 정작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LTE 시대 진입 이후 선두인 SK텔레콤이 주춤하고 있지만 과실은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취하고 있다.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던 미디어 사업도 정체기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최근에는 새노조를 통해 고객차별 및 허수경영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 회장이나 임원들은 실적향상으로 고액의 성과금을 받았지만 사실은 KT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3년마다 바뀌는 KT CEO 자리에 대한 한계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오던 간에 3년 안에 실적을 보여줘야 하다보니 무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업 자체가 저성장 산업이다보니 단번에 경영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핵심자산 매각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3년 안에 실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KT가 주도하는 것을 비롯해 2020년까지 13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역대 KT CEO 역사를 볼 때 임기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실행에 옮겨지지 않더라도 뭐라 할 사람도 없다. 오너가 없는 회사다 보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전반기 전임회장의 잔재를 청산하는데 성공한 황 회장이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해 같은 길을 갈 것인지 지속가능한 국민기업 KT의 지속가능한 성장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