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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한국노총 KT노조의 수상한 단협안 때문에 모인 KT노동자들



전주시 완산구 백제로의 효자사거리 한 귀퉁이에 13명의 사내와 여성 1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촛불이 밝게 빛나고 달도 밝다. 보름달이다. 한 사내의 작업복에 오바로크된 회사명이 촛불덕분에 선명하게 눈에 띈다.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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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전주 효자사거리 KT효자 빌딩 앞에서 열린 KT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노동자의 작업복


KT 통신노동자 14명이 28일 저녁 7시 효자사거리에 위치한 KT효자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다소 소박한 촛불집회였지만, 외치는 구호의 주제는 무거웠다. 


“조합원 정리해고 요구, 투쟁으로 분쇄하자.”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며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익숙한 현실이다. 그렇지면 여전히 정리해고라는 말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통신 민영화가 시작되던 1998년 5184명을 시작으로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 2014년 8000여명으로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 정기적으로 진행된 KT의 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라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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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도 약 8000여명의 노동자들의 명예퇴직 등의 이름으로 회사를 떠났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소식을 계획이 발표된 날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처음 접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임금피크제 적용과 복지포인트 축소, 자녀 학비 보조 폐지 등의 복지 축소도 당시 함께 이뤄졌다.


“지난 시기 우리 KT 노동자 수 만 명이 나갔어요. 그런데 그 자리 과연 청년들로 채워졌습니까? 용역과 비정규직으로 채웠어요. KT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자고 지난 20년을 투쟁했는데, 결과가 이러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유일한 여성, 김규화(정읍) KT노동자가 소리 높여 발언을 한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악법’이라고 표현하며 이번에는 죽기 살기로 막아내야 한다고 외친다.


이들에게는 죽기 살기로 막아야 할 것이 최근에 또 생겼다. KT의 2개 노조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노총 소속 KT노조가 지난 22일, ‘2015년 단체협약 갱신안’에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 등을 다루는 조항을 넣어 사측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제37조(정리해고)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코자 할 때에는 최대한 자구책을 강구한 후 그 사유를 최소한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다음 각 사항에 대하여 노사합의를 거쳐 결정한다.


다만, 감원시 우선순위는 연령, 근속년수, 부양가족수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희망자, 회사중징계자(업무상과실제외), 조합탈퇴자, 조합징계자, 비조합원 순으로 한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KT노조는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정리해고에 앞서 50일 전 협의를 ‘90일 합의’로 강화하는 등 고용 안정에 신경썼다는 점을 여러 언론을 통해 밝혔다. <데일리안>이라는 인터넷언론은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 등 다른 노조 교섭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노조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가 비교한 현대차의 단체협약에 정리해고 관련 조항은 제목부터 KT와 다르다. 현대차는 제목을 <정리해고 제한>으로 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요건을 제한했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제반의 노력 사항들을 명시했고, 정리해고는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력 사항에 회사의 자산 매각을 선행 조건으로 하는 단협안을 현대차노조는 제시했다. (KT노동인권센터가 KT민주동지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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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KT노조의 홈페이지에 2015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정리한 표를 게시했다. 정리해고 관련 조항은 고용과 관련되었지만, 표에는 언급이 없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오주헌(군산)씨는 “세상에 어떤 노조가 조합원의 고용 안정을 지키기 위해 정리해고를 요구합니까”라고 반문하며 “그 허술한 노동법도 긴박한 경영사유만을 명시하고 있는데, 부득이한 경우라는 모호한 표현을 써가며 정리해고를 제안했어요. 우선순위도 나이와 근속년수, 조합원 탈퇴자, 회사·노조 징계자를 높은 순위로 정했더군요. 오늘 촛불에 나온 사람들이 바로 그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는 노동자들 아닙니까?”라고 한탄했다.


이날 모인 14명의 KT노동자 중 6명은 제2노조인 민주노총 ‘KT새노조’ 출신이었다. 그리고 8명은 한국노총 KT노조 안에 현장조직 ‘KT민주동지회’ 회원들이었다. 김규화씨는 “현재 민주동지회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제명 및 징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규화씨는 부양가족, 연령, 장기근속, 노조활동으로 인한 징계자에 포함된다. 만약 KT노조가 제안한 단협안대로 정리해고가 시행될 경우 1순위 후보자다. 오주헌씨가 말을 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악법들을 아마 KT만큼 솔선수범하여 집행하는 곳도 드물어요. 일반해고도 이미 인사규정에 있고, 임금피크제도 이미 도입했어요. 그런데 정리해고까지 도입하자는 제안을 노조가 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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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촛불집회 사회는 부안지사에 근무하는 원병희(부안)씨가 맡았다. 올해로 27년차 KT노동자이면서 오래 전부터 KT로부터의 징계와 부당전보 등의 탄압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2013년년에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멀리 포항에서 1년간 1개월간 근무를 해야 했다. 부당전보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면서 현재는 전주에서 부안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매년하는 인사고과 평점은 항상 낙제죠. 밖에서 보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죠. 억울하죠. 열심히 일한다는 기준이 어느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다면 스스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회사의 징계도 수용할 수 있어요. 지난 5월에는 퇴출 목적으로 한 차별적인 인사고과는 대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확정 판결이 난 바 있어요. 그리고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적발됐어요. KT 인사고과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로 ‘저성과자 해고’가 KT에 적용된다면 그는 1순위다. 이미 KT는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일명 CP, C-player)을 통해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KT는 CP대상자 1002명을 선정하였고, 그 중에는 명예퇴직 거부자와 KT민주동지회 회원, 외주화 거부자 등 저성과자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수 포함됐다.  


“비록 소수가 모였지만 이 밀알들이 더 큰 싹을 틔울 거라고 믿어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랬습니다. ‘허리를 펴고 자유를 찾아라! 움추린 사람의 등에는 누군가 올라타게 마련이다.’ 이제 시작입니다.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리해고, 노사공모 도입은 살인공모죄다. 정리해고 분쇄하자!”


이날 촛불집회는 그 자체가 ‘산 자여! 따르라’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후렴구의 현실판이었다. 소수의 KT노동자들이 ‘산 자’에게 외치는 노래와 구호. 오주헌씨가 기자에게 귀뜸한다.


"한국통신 민영화 당시 6만여명이었어요. 이제 KT의 산 자는 2만 3천여명입니다. 이제 남은 산 자들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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