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직원 대상 청년희망펀드 실명 기부받아
"사실상 강제" 내부 불만…KT "기부 참여 자유"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KT[030200]가 전체 직원들로부터 청년희망펀드 재원을 실명으로 기부받고 있다. KT는 2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부 의향과 기부 희망금액을 조사하니 원하는 직원은 참여해달라"고 밝혔다. 조사 기간은 23일까지다. KT는 "기부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면 되고, 의향이 없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부금 급여 공제와 세액 공제를 위해 실명으로 진행되니 착오없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구직자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조성하는 펀드다. 그 동안 대기업의 청년희망펀드 기부는 대부분 재벌 총수가 수십억원의 사재를 내놓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급여에서 기부금을 공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KT 노사는 지난달 단체교섭에서 직원들로부터 청년희망펀드를 기부받기로 전격 합의했다. KT는 50개에 가까운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면서도 사주가 없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인 황창규 회장이 재벌처럼 혼자 수십억원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T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의 한 직원은 "회사가 사실상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압박하고 있다"며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기부를 결정하라고 하지만 실명으로 조사하는 것이라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KT 직원은 "기부를 하자니 돈이 부담스럽고 안 하자니 혹시 모를 불이익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