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화면에 사번·날짜 '둥둥'…KT 직원들 "괴로워"
KT, 올초부터 '모니터 워터마크' 도입..."눈에 거슬려 프린터해서 읽어요"
KT가 해킹과 내부문서 유출방지 등을 위해 PC화면에 '워터마크'를 적용하는 등 보안기능을 강화하고 나서자, 직원들이 업무불편을 호소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KT는 올초부터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 화면에 '사번'과 '날짜'가 표시되는 '워터마크'를 순차적으로 적용시켜나가고 있다. KT는 이미 문서를 출력할 때 이름과 사번이 함께 인쇄되도록 하는 '프린터 워터마크'를 실시하고 있다. 문서유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KT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과 관공서들이 프린터 워터마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PC 모니터 워터마크를 도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이 워터마크로 인해 업무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데 있다. KT 직원들의 상당수는 하루종일 PC모니터를 봐야 하는데 이 워터마크로 인해 업무집중도가 떨어지고 문서 가독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PC 화면에 덩그러니 표시되는 사번과 날짜로 문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직원들이 프린터해서 문서를 읽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는 것. KT 한 관계자는 "화면의 워터마크때문에 문서를 화면에서 읽는 것이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KT가 프린터에 이어 모니터에까지 워터마크를 적용하는 것은 2014년 발생한 해킹사건으로 고객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KT 고객센터 홈페이지 해킹으로 1년에 걸쳐 120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2012년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터진지 2년만에 또 같은 사고가 났지만 KT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KT는 2014년 8월 통신업계 최초로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에서 분리하고 정보보안단을 신설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직급도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정보보안단은 KT에서 정보보안 정책 및 체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확대개편됐다. 단장은 한국HP, 삼성SDS를 거쳐 SK그룹의 정보보호 계열사인 인포섹에서 대표까지 지낸 신수정 전무가 맡고 있다.
고객정보뿐 아니라 내부정보에 대한 보안필요성도 느낀 KT는 업무용 PC에 보안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시키는 한편 보안강화를 위한 직원들의 행동지침도 마련했다.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PC는 인터넷에 아예 접속조차 안되도록 돼 있다. 또 직원들은 퇴근시 반드시 PC 전원을 꺼야 하고, 책상위에 문서를 둬서도 안된다.
급기야 PC화면에 워터마크까지 생기자 '보안이 먼저냐, 업무가 먼저냐'는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KT 한 직원은 "보안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온갖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PC가 과부하가 걸려 속도가 느려졌다"면서 "게다가 워터마크가 눈에 거슬려 모니터를 보는 것 자체가 피곤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KT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T측은 "보안은 사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회사도 이 정도 강도의 보안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