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난해 투자비 2.4조…매년 줄어드는 이유는?
KT의 연도별 통신망 투자액 추이 © News1 |
'통신공룡' KT의 투자 위축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2012년 4조원에 육박했던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황창규 KT 회장이 '기가토피아'를 외치며 기가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설비투자는 도리어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KT는 2015년 한해동안 설비투자로 2조397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집행률이 연초 제시했던 설비투자 가이던스 2조7000억원의 88.8%에 그쳤다. 4066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설비투자 집행비 2조5140억원보다 밑도는 규모다.
KT의 투자규모는 2014년 1월 황창규 KT 회장 취임 이후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2년과 2013년 연간 설비투자 총액은 각각 3조7110억원, 3조3130억원으로 3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2014년 2조5000억원대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2조4000억원으로 더 떨어졌다.
KT측은 2012년 롱텀에볼루션(LTE) 도입 초기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던 것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통신사의 설비투자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우려스럽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투자활성화보다는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가인터넷', '기가LTE', '기가와이파이' 등 '기가'를 앞세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황 회장은 기가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5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프라"라며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유무선이 통합된 기가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가인터넷을 강조한 결과 최근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올리기도 했지다. 물론 실적에는 큰 힘이 되지 않았다.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전용통신 매출을 합친 KT의 2015년 유선매출은 5조1587억원으로 직전연도보다 6.9% 쪼그라들었다. 기가인터넷을 앞세운 초고속인터넷 매출 역시 1조733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7% 줄었다.
LTE 가입자 증가로 무선매출이 7조3707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0.7% '찔끔' 오르긴 했지만, 유선과 무선 전반적으로 성장세는 주춤거리고 있다. 휴대폰 판매로 거둬들이는 단말매출도 2015년 2조7674억원으로 전년도 3조2505억원보다 약 15% 줄었다. 시장활성화 정도를 알려주는 마케팅비용도 지난해 2조8132억원에 그쳤다. 2013년 3조1528억원보다 10.8%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말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이동통신3사 '3밴드 LTE-A 통화품질'에서도 KT 커버리지 비율이 19.4%로 SK텔레콤 51.4%, LG유플러스 34.6%에 뒤쳐진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의 투자는 ICT 전반의 동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며 "고화질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영상스트리밍(OTT) 업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이를 통해 ICT 기술 발전과 서비스 고도화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으로 CAPEX가 줄어들뿐 아니라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 대비 집행률이 90%가 채 안되는 건 투자위축 정도가 심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가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고 하는데 투자 규모는 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3밴드 LTE-A 통화품질 발표에서 KT가 경쟁사 대비 뒤처졌던 것 또한 소극적 투자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연초 제시한 수준은 가이드라인 정도의 역할이고 그만큼 효율적으로 집행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부분을 봐줬으면 한다"며 "과거에는 LTE 도입 초기라 가입자망에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고 곧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만큼 설비투자 집행도 하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