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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마케팅비·투자 줄여 돈 번 통신3사 '먹튀'?

관리자 2016.02.11 22:11 조회 수 : 407

마케팅비·투자 줄여 돈 번 통신3사 '먹튀'?


[한겨레]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성과급 잔치’에 곱지 않은 시선



케이티(KT)·에스케이텔레콤(SKT)·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2014년에 견줘 마케팅비는 8조8220억원에서 7조8719억원으로 10.8% 줄었고, 투자(CAPEX)는 6조8709억원에서 5조6983억원으로 17% 감소했다. 마케팅비와 투자 감소분을 합치면 2조1227억원에 이른다.


반면 이들의 영업이익 총액은 2014년 1조994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조6332억원으로 82%나 커졌다. 통신 3사는 이렇게 남긴 이익으로 ‘성과급·배당 잔치’를 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을 저마다 100~500원씩 올리기로 한데다, 3위 사업자인 엘지유플러스까지도 직원들에게 300%의 성과급을 준다. 통신사들은 “마케팅비 감소는 단말기 유통법 때문이고, 투자는 통신장비 값이 뚝 떨어진데다 투자할 곳이 없어 줄었다. 이런 흐름은 2016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성과급을 주고, 배당을 늘리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마케팅비와 투자를 줄여 이익을 늘렸다 해도 사업 기반을 갉아먹거나 신성장동력 준비를 게을리한 게 아니라면 경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이번 행태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먹튀” “죽 쒀서 Ⅹ줬다” “정부가 뒤통수를 맞았다” 등 험한 말들이 난무한다. 왜 그럴까.


통신정책을 담당했던 옛 관료들과 통신기업 시아르(CR·대외협력) 부문 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정부 관료와 통신업체 사이에는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있었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의 증가를 어느 정도 묵인하는 대신 통신 사업자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로 돌려 전후방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재직 당시 “통신요금을 10% 내려봤자 가입자 쪽에서 보면 다달이 자장면 한 그릇밖에 안 되지만, 모으면 큰돈이 돼 전후방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공식 발언했을 정도다. 이에 정치권 쪽은 소비자 편에 서서 통신요금 인하 요구를 가로막는 정부 태도를 비판했지만 때로 ‘힘 조절’을 하기도 했다. 통신 사업자의 투자 기여가 어느 정도 확인됐을 때 얘기다.


현재 마케팅비와 투자를 줄여 이익을 늘리고 성과급·배당 잔치에 나서는 통신 3사 모습은 과거 ‘이심전심’의 기대와 상반된다. 이전 암묵적 공감대에 대해 지금의 정책 당국자와 통신 업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지만,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통신사들의 마케팅비는 통신시장의 골목상가라고 할 수 있는 유통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데, 지난해에만 9501억원이나 줄었다. 이동통신 판매점과 초고속인터넷 텔레마케팅 사업자 등 통신 유통점 시장이 그만큼 쪼그라든 셈으로, 지난해에만 통신 유통점에서 6천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통신 3사의 투자는 통신망 장비와 소프트웨어·콘텐츠 업계의 시장 규모를 결정하는데, 지난해에만 1조1726억원이나 줄었다.


이래저래 통신사들은 올해 단말기 유통법 시행 효과를 독식한다는 지적과 함께 기본료 폐지 등 이동통신요금 인하 요구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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