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해고 ‘가해자’ KT, 다시 ‘피해자’ 징계한다해고는 불법이니 정직?
대법 판결 무시하고 공익제보자를 ‘혐의자’로 세우다
“원고(KT)가 그간 참가인(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에게 한 일련의 조치를 살펴보면, 원고는 공익신고를 한 참가인을 조직에서 퇴출시키기 위하여 출․퇴근을 하는데 왕복 5시간이나 소요되는 원거리로 참가인을 전보시킨 후 참가인이 장거리 출․퇴근 등으로 허리 통증이 악화되어 병가를 신청하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불승인하여 무단결근 처리한 다음 이를 빌미로 참가인을 해임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이승한)는 KT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익신고자보호조치결정취소 행정소송에 대해 KT의 청구를 기각하며 판단한 내용 중 일부다. 이후 KT는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은 기각했다. 올해 1월 대법원 또한 KT의 상고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해관 전 위원장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판단한 내용도 같다.
(사진=미디어스) |
국민권익위원회와 사법부는 ‘제주 7대 자연경관 관련 투표는 국제전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이해관 전 위원장의 공익제보가 정당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그를 출퇴근 5시간 거리인 지사에 전보하고 병가와 조퇴를 승인하지 않는 등 괴롭히고 이를 빌미로 해임한 것은 보복성 징계라고 판단했다. 이것이 권익위와 법원 판단의 핵심이다. 결국 이 전 위원장은 2012년 말 해고된 뒤 3년만인 지난 2월5일 복직했다. 현재 수도권강북본부 원효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KT가 또 다시 이해관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지난 22일 이 전 위원장에게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 통보했다. 그리고 29일 인사위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KT는 ‘혐의자’ 이해관 전 위원장에게 2012년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징계사유로 들었다(KT는 징계대상자를 ‘혐의자’로 부른다). 모두 대법원이 ‘보복성’이라고 판단한 것들이다. 직원에게 손해배상해야 할 ‘가해자’인 회사가 되려 다시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꼴이다. KT는 ‘법원이 해고에 대해서는 보복성이었으나 징계사유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해관 전 위원장은 인사위 참석 직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부당전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다시 징계하려 한다. 4년째 같은 이유로 직원을 괴롭힌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파렴치하다. 이석채에서 황창규 회장으로 넘어왔는데 보복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규 상 15일 이상 무단결근이면 ‘해고’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같은 이유로 해고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