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만 년 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고기와 뿌리 열매를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의 전구처럼 불로 주변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농경 사회와 더불어 이루어진 가축의 대량 사육 덕분에 기름을 확보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밤샘을 하며 일할 정도로 충분한 것은 아니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해가 지면 당연히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한국 사회만 해도 1950~60년대 전기가 시골까지 들어가지 않았던 시절에는 호롱불로 밤을 보내야 했던 곳에서는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고 날이 밝으면 일어나 일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런 곳을 대한민국 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나를 비롯해 5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아련한 추억조차 없겠지만 말이다.
밤낮을 확실히 구별해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던 것이 500만 년을 지속하다 약 100년 전부터 전기와 전구의 발명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밤에도 낮처럼 생활하는 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야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밤과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과 날밤을 새야만 하는 노동자,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랜 진화 끝에 우리 몸의 일부가 된, 일주기(日週期)에 맞춘 대사 활동과 생리 활동에 맞서야 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
흔히들 현대인들이 겪는 만병의 근원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 원인을 잘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나 암에 대해 스트레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들 말한다. 이제 밤샘 일을 하는 사람이나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밤샘 일이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진화를 통해 인간의 정상 작동기전으로 자리매김한 일주기 생체 리듬을 무시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이들은 비정상적 호르몬 분비와 일주기 시계 유전자의 교란으로 면역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매우 부자연스런 일은 필연적으로 사람에게 악영향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야간 노동, 특히 야간 교대 근무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면 장애는 물론이고 우울증, 변비, 소화 장애, 심혈관계 질환과 함께 최근에는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는 마침내 야간 교대 근무(Shift Work)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한 물질, 즉 인간 발암 추정 물질(Group 2A,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로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간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히 입증된 물질(또는 인자)은 인간 발암 물질, 즉 1군 발암 물질(Group 1, Carcinogenic to Human)로 분류한다. 여기에는 흡연, 알코올, 간접 흡연, 석면, 비소, 방사선 등이 해당한다. 사람들이 노출을 가장 피해야 할 물질들이다. 그 다음이 그룹2A이며 지난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휴대폰 전자파는 그 다음 단계인 그룹2B, 즉 인간 발암 가능 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이다.
야간 교대 근무와 같은 수준의 발암성 인자, 즉 그룹2A에 속한 물질로는 납, 용접흄, 스티렌,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카본블랙(숯검정), 트리클로로에틸렌, 클로로포름, PCB(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디젤연소물질, 환경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따위를 꼽을 수 있다. 야간 교대 근무의 경우 인간에서 암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에서는 매일 밤에 빛을 노출시킨 결과 암이 발생하는 충분한 증거가 나타났다.
최근 들어 건강 유해 인자로 야간 교대 근무가 산업보건학자, 산업의학자뿐만 아니라 암 학자, 노동 당국 등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피해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야간 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야간 근무 또는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수에 대한 통계 수치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들을 살펴보자.
20~30년 전만 해도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이 없었다. 24시간 편의점이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는 것은 한밤중과 새벽에 일하거나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트럭 운전자 등 물류 수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자동차 공장 등 각종 제조업체 노동자, 자동차 증가와 더불어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방송통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택시 운전사 등 운수업 종사자, 밤새 문을 여는 술집,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24시간 국민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책임지는 경찰·소방대원, 아파트 경비원, 국제 노선 항공기 승무원, 간호사 등 병원 근무자 등등 현대 사회는 밤에도 낮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고정 야간 근무, 야간 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 등 교대 근무(Shift Work)에 어떤 것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관련 노동자 수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은 20퍼센트 안팎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들보다는 약간 낮은 10~15퍼센트(130만~200만 명) 가량의 임금 노동자들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악영향 가운데 수면 장애는 가장 흔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교대 근무는 이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증가시키고 장기가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는데서 오는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 변비, 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질환 증가와 뇌졸중과 관상 동맥 질환 등의 심혈관 질환과 이로 인한 급사 위험성을 높이는 등 인체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교대 근무로 인한 관상 동맥 질환 증가에 관한 연구 결과 교대 근무 기간이 길면 길수록 관상 동맥 질환의 위험도가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타나났다. 역학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주요 요소로 꼽는 양-반응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양-반응 관계는 현대인들이 요즘 가장 신경을 쓰고 있고 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사 증후군에서도 나타났다. 대사 증후군은 복부 비만, 고중성지혈증, 저HDL(고밀도지질단백질)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 시 고혈당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를 말하는데 교대 근무자에게서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이 1.8~5.0배나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교대 근무 노동자들의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에 대해 교대 근무는 혈당과 중성지방 대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하며 생체 리듬 파괴, 수면 장애와 함께 사회·신체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또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렙틴이 줄어들고 이것이 식욕을 부추겨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가 2008년 교대 근무를 인간 발암 추정 물질로 규정하자 그해 덴마크는 20년 이상 야간 근무를 한 노동자 가운데 가족력이 없는데도 유방암에 걸린 간호사 26명, 간호 조무사 12명, 의사 4명, 기타 직종 종사자 14명을 직업병으로 승인해 보상해 주었다. 그 뒤 세계 각국에서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암 발생과 직업성 암 인정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와 관련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유방암이지만 최근에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두 암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매우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들이다. 이밖에도 대장암, 결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악성림프종, 백혈병 등 매우 다양한 암들이 야간 교대 근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야간 교대 근무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까? 과학자들은 야간 근무에서 오는 호르몬 분비 변화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람에게서는 밤이 되면 수면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지닌 멜라토닌이 분비돼 잠을 푹 자게 되는데 교대 근무자는 야간에 빛에 노출돼 이 멜라토닌 생성이 몸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에스트로겐은 더 많이 나와 이들 호르몬과 관련성이 깊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멜라토닌은 세포 내의 유해 산소를 제거해주고 발암 물질에 의한 세포의 DNA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야간에 빛 노출로 인해 이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될 경우 세포내 암 예방 기전 작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교대 근무자들은 이런 직접적인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서로 생활 주기가 달라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야간 교대 근무가 큰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에서야 비로소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장애를 업무상 재해(직업병)로 인정했다. 당시 한 자동차 회사 공장에서 조립 업무를 하던 서른여섯 살의 장 아무개 씨는 수면 장애로 고통을 겪다 산업재해 신청을 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승인을 내주지 않자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장 씨와 같은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각종 질환에 시달리다 요양 승인 신청을 내거나 소송을 벌이는 노동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간 교대 근무가 직업성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노동자 전반에 인식될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최근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많은 노동자단체와 연구기관 등도 야간 근무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권 지키기에 불을 지피고 있어 야간 교대 근무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의제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시가 관련 조례 등을 개정해 대형 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려는 것은 동네 가게나 재래 시장과 같은 영세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비롯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야간 교대 근무 중단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라는, 서울시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수도 있는 열매를 덤으로 얻게 해줄 수 있다.
야간 근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은 노동자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모든 환경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규직에 견줘 비정규직이, 남성 노동자에 견줘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에 견줘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야간 근무 노동자들은 야간 근무 그 자체가 매우 심각한 위해 요소이며 발암성 요인인데다 근무 중 각종 재해를 입을 위험성 또한 높아 이중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계와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는 야간 교대 근무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야간 작업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처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경자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펴낸 <OSH 안전보건 연구 동향>(2012년 1월호)에 발표한 '야간작업자의 건강 보호방안'에서 독일 등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침 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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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사회만 해도 1950~60년대 전기가 시골까지 들어가지 않았던 시절에는 호롱불로 밤을 보내야 했던 곳에서는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들고 날이 밝으면 일어나 일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런 곳을 대한민국 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나를 비롯해 5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아련한 추억조차 없겠지만 말이다.
밤낮을 확실히 구별해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던 것이 500만 년을 지속하다 약 100년 전부터 전기와 전구의 발명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밤에도 낮처럼 생활하는 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야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밤과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과 날밤을 새야만 하는 노동자,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오랜 진화 끝에 우리 몸의 일부가 된, 일주기(日週期)에 맞춘 대사 활동과 생리 활동에 맞서야 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
흔히들 현대인들이 겪는 만병의 근원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 원인을 잘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나 암에 대해 스트레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들 말한다. 이제 밤샘 일을 하는 사람이나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밤샘 일이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진화를 통해 인간의 정상 작동기전으로 자리매김한 일주기 생체 리듬을 무시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이들은 비정상적 호르몬 분비와 일주기 시계 유전자의 교란으로 면역계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매우 부자연스런 일은 필연적으로 사람에게 악영향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야간 노동, 특히 야간 교대 근무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면 장애는 물론이고 우울증, 변비, 소화 장애, 심혈관계 질환과 함께 최근에는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는 마침내 야간 교대 근무(Shift Work)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한 물질, 즉 인간 발암 추정 물질(Group 2A,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로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간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히 입증된 물질(또는 인자)은 인간 발암 물질, 즉 1군 발암 물질(Group 1, Carcinogenic to Human)로 분류한다. 여기에는 흡연, 알코올, 간접 흡연, 석면, 비소, 방사선 등이 해당한다. 사람들이 노출을 가장 피해야 할 물질들이다. 그 다음이 그룹2A이며 지난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휴대폰 전자파는 그 다음 단계인 그룹2B, 즉 인간 발암 가능 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이다.
야간 교대 근무와 같은 수준의 발암성 인자, 즉 그룹2A에 속한 물질로는 납, 용접흄, 스티렌,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카본블랙(숯검정), 트리클로로에틸렌, 클로로포름, PCB(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디젤연소물질, 환경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따위를 꼽을 수 있다. 야간 교대 근무의 경우 인간에서 암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에서는 매일 밤에 빛을 노출시킨 결과 암이 발생하는 충분한 증거가 나타났다.
ⓒhealthyshiftworker.com |
20~30년 전만 해도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이 없었다. 24시간 편의점이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는 것은 한밤중과 새벽에 일하거나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트럭 운전자 등 물류 수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자동차 공장 등 각종 제조업체 노동자, 자동차 증가와 더불어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방송통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택시 운전사 등 운수업 종사자, 밤새 문을 여는 술집,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24시간 국민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책임지는 경찰·소방대원, 아파트 경비원, 국제 노선 항공기 승무원, 간호사 등 병원 근무자 등등 현대 사회는 밤에도 낮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고정 야간 근무, 야간 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 등 교대 근무(Shift Work)에 어떤 것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관련 노동자 수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은 20퍼센트 안팎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선진국들보다는 약간 낮은 10~15퍼센트(130만~200만 명) 가량의 임금 노동자들이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악영향 가운데 수면 장애는 가장 흔하고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교대 근무는 이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증가시키고 장기가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는데서 오는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 변비, 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질환 증가와 뇌졸중과 관상 동맥 질환 등의 심혈관 질환과 이로 인한 급사 위험성을 높이는 등 인체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교대 근무로 인한 관상 동맥 질환 증가에 관한 연구 결과 교대 근무 기간이 길면 길수록 관상 동맥 질환의 위험도가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타나났다. 역학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주요 요소로 꼽는 양-반응 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양-반응 관계는 현대인들이 요즘 가장 신경을 쓰고 있고 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사 증후군에서도 나타났다. 대사 증후군은 복부 비만, 고중성지혈증, 저HDL(고밀도지질단백질)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 시 고혈당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를 말하는데 교대 근무자에게서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이 1.8~5.0배나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교대 근무 노동자들의 대사 증후군 발생 위험에 대해 교대 근무는 혈당과 중성지방 대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하며 생체 리듬 파괴, 수면 장애와 함께 사회·신체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또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렙틴이 줄어들고 이것이 식욕을 부추겨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가 2008년 교대 근무를 인간 발암 추정 물질로 규정하자 그해 덴마크는 20년 이상 야간 근무를 한 노동자 가운데 가족력이 없는데도 유방암에 걸린 간호사 26명, 간호 조무사 12명, 의사 4명, 기타 직종 종사자 14명을 직업병으로 승인해 보상해 주었다. 그 뒤 세계 각국에서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암 발생과 직업성 암 인정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와 관련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유방암이지만 최근에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두 암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매우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들이다. 이밖에도 대장암, 결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악성림프종, 백혈병 등 매우 다양한 암들이 야간 교대 근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야간 교대 근무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까? 과학자들은 야간 근무에서 오는 호르몬 분비 변화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람에게서는 밤이 되면 수면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지닌 멜라토닌이 분비돼 잠을 푹 자게 되는데 교대 근무자는 야간에 빛에 노출돼 이 멜라토닌 생성이 몸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에스트로겐은 더 많이 나와 이들 호르몬과 관련성이 깊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멜라토닌은 세포 내의 유해 산소를 제거해주고 발암 물질에 의한 세포의 DNA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야간에 빛 노출로 인해 이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될 경우 세포내 암 예방 기전 작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교대 근무자들은 이런 직접적인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서로 생활 주기가 달라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대화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야간 교대 근무가 큰 걸림돌이 된다.
ⓒoshri.kosha.or.kr |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에서야 비로소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장애를 업무상 재해(직업병)로 인정했다. 당시 한 자동차 회사 공장에서 조립 업무를 하던 서른여섯 살의 장 아무개 씨는 수면 장애로 고통을 겪다 산업재해 신청을 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요양 승인을 내주지 않자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장 씨와 같은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한 각종 질환에 시달리다 요양 승인 신청을 내거나 소송을 벌이는 노동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간 교대 근무가 직업성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노동자 전반에 인식될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최근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많은 노동자단체와 연구기관 등도 야간 근무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권 지키기에 불을 지피고 있어 야간 교대 근무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의제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시가 관련 조례 등을 개정해 대형 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려는 것은 동네 가게나 재래 시장과 같은 영세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비롯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야간 교대 근무 중단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라는, 서울시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수도 있는 열매를 덤으로 얻게 해줄 수 있다.
야간 근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은 노동자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모든 환경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규직에 견줘 비정규직이, 남성 노동자에 견줘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에 견줘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야간 근무 노동자들은 야간 근무 그 자체가 매우 심각한 위해 요소이며 발암성 요인인데다 근무 중 각종 재해를 입을 위험성 또한 높아 이중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동계와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는 야간 교대 근무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야간 작업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다양한 조처와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경자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펴낸 <OSH 안전보건 연구 동향>(2012년 1월호)에 발표한 '야간작업자의 건강 보호방안'에서 독일 등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침 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야간 작업자의 건강 보호 방안 ○ 야간작업 때 위험이 더 큰 업무는 낮에 하도록 한다. ○ 야간작업 때에는 더 안전하고 힘이 덜 드는 작업 방법을 사용한다. ○ 실수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강화한다. ○ 야간작업 때, 특히 위험 작업 때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지 확인한다. ○ 야간작업 때는 혼자 고립되어 작업하는 것을 피한다. ○ 야간근무는 물론 매 근무마다 적절한 휴게 시간을 포함한다. ○ 야간근무 중 적절한 시간의 수면 시간을 허용한다. ○ 쉬거나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위생적인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 야간 작업자를 위해 영양을 고루 갖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야간 작업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를 주기적으로 관찰한다. ○ 야간 근무 전후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지원한다. ○ 새로 야간작업을 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근무 형태에 적응하는 방법과 작업 때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 야간 작업의 위험 및 필요한 조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홍보물을 준비해 나눠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