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 할아버지뻘 다이얼패드, 왜 미국 가서 성공했을까 | |||||||||||
[슬로우뉴스] 망중립성 없이는 혁신도 없다 | |||||||||||
망중립성이란 ‘인터넷망은 콘텐츠나 서비스 등에 대한 차별 없이 개방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금방 의미가 와 닿지도 않고 왜 망중립성 문제가 논란이 되는지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망중립성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주최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후원 ‘슬로우뉴스’)가 5월 22일 저녁 7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첫 번째로 ’통신규제의 역사와 망중립성’ 강좌를 진행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1995년 아이네트가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신고해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초창기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특별한 규제가 없이 시작되었다”며, “그러다 2004년에 정부가 KT, 데이콤, SK브로드밴드를 초고속인터넷 기간통신사업자로 규정하면서 국가의 통제와 규제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기간통신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공공목적 및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각종 의무가 부과되는 국가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기간통신사업자에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되며’(제 3조 1항), ‘설비와 정보의 제공에 있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이나 제한을 부과해서는 안 되는’(제 50조 1항) 등의 의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최근 KT가 삼성스마트TV에 대해 차단조치를 한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의 실질적인 제재 없이 ‘경고’ 조치에 그쳤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오히려 없던 망중립성 준수에 관한 규제를 만들거나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데도 단순 경고만 하거나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인터넷전화는 통신규제가 과도하게 작용하여 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을 강화시킨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전응휘 상임이사는
“2000년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등을 통해 시작된 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전화 기간통신 역무로는 이유로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요구하면서도, 한동안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번호를 부여하지 않아 걸기만 가능했었다.”고 말했다. 2004년에 인터넷전화를 기간통신 역무로 지정하면서 070 번호가 생겼지만, 상호접속료 정산 등의 비용부담도 함께 생기게 되어, 결과적으로 망을 직접 보유한 초고속인터넷 기간사업자가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독과점하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망중립성 없으면 혁신도 없다"이어서 두 번째 ‘망중립성이 인터넷 혁신에 미치는 영향’ 강좌를 진행한 정혜승 (주)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실장은 “앞서 얘기된 다이얼패드도 결국 구글에 흡수되어 구글보이스가 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이었지만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며,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를 인터넷 사업자가 차별적으로 대했다면, 지금처럼 4400만 명이 사용하고 하루 26억 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성공적인 서비스가 되었겠느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도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는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거나 제한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통신사가 인터넷전화 앱 Skype,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징 앱인 WhatsApp에 대한 과금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이 ‘어떻게 내가 쓰는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가 알 수가 있나, 사생활 침해가 아닌가’라며 반발했고,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는 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망중립성 법을 통과시킨 첫 번째 유럽 국가가 되었다.
이렇듯 해외에서의 망중립성 논의가 사생활 보호, 이용자 권익의 차원에서 논의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서는 트래픽 증가와 망사업자의 매출 감소 문제가 중심이 되는 기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mVoIP 이슈는 통신사 매출 감소 문제도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 점차 트래픽당 비용이 낮아지는 추세로 볼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망 사업자가 돈을 들여 구축하고 유지한 망에 서비스 사업자가 무임승차해 수익을 얻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도 정혜승 실장은 “주요 포털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에서 회선 비용을, 이용자들은 이용자 망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므로 무임승차라는 얘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서비스가 인터넷 사업자에 의해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다면, 글로벌한 서비스인데도 국내에 도입하려니 막혀서 쓸 수 없다면, 또한 큰 기업의 서비스와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정혜승 실장은 “각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음악(멜론 등), 영상(올레TV 등) 등 탈통신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인데, 망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망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와 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콘텐츠 사업자가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하는 질문과 함께 강좌를 마무리했다.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모인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이 주최하는 행사로, 5월 29일(화), 6월 5일(화)에도 이어진다. 2주차에는 ’통신규제와 공정거래’(김기창 고려대학교 교수), ‘트래픽 관리와 인권에의 영향’(강장묵 동국대학교 교수)이 진행되고, 3주차에는 김재환 감독과 영화 ‘브라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