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KT의 낯뜨거운 '세계 최초' |
경쟁사 이미 시연한 기술을 조건 하나 바꿔 '최초' 타이틀 |
[강은성기자] KT가 17일 세계 최초라며 7가지의 서비스와 기술 시연을 선보였다. 사실이라면 KT는 전세계 통신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기술 업적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달라 보인다. 먼저 이 회사가 이날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는 음성LTE(VoLTE)서비스를 들여다보자. KT 'HD보이스'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 음성LTE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이 회사는 17일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이 직접 나와 HD보이스를 시연하는 행사도 곁들였다. KT는 3G망에서 다소 뭉툭하게 들리는 전화통화 음성이 LTE에서는 보다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현상을 대비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시연은 경쟁사가 앞서 했던 방식과 닮았다. 음성LTE 시연은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8일, SK텔레콤이 지난 6월20일에 각각 실시한 바 있다. KT는 행사 내내 3사중 시연이 가장 늦었음에도 이 시연이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동하면서' 음성LTE를 시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T 측은 "음성통화는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를 옮겨갈 때 통화가 끊기거나 품질이 저하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통화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HD보이스를 시연해 보임으로써 음성LTE를 위한 기술적 준비와 뛰어난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경우 강원도 산간 지역의 할아버지와 음성LTE 서비스를 연결하거나 여수엑스포 도우미와 연결하기도 했고, LG유플러스는 다자간 통화연결을 통해 전국각지에 있는 사람들과 음성LTE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이동하면서' 보여주지는 않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친 셈이다. 음성LTE가 늦은 KT로서는 경쟁사가 하지 않았던 방식을 찾아내 차별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날 행사에서 오는 7월21일 대학생 및 직장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HD보이스 시범서비스를 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시범서비스도 아직 경쟁사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최초'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었다. 오는 9월에 상용화 예정인 LTE와 와이파이의 연계서비스인 'ABC 기술'도 세계 최초로 KT가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60여일의 시간이 남았지만 KT는 이 기간내에 어떤 기업도 기술을 서비스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는지 내놓지도 않은 기술에 벌써부터 세계 최초 타이틀을 붙였다. 연말에나 적용될 '쿼드안테나' 기술도 KT는 세계 최초를 예약해 놓았다. 지난 6월 상용화한 초소형 LTE 기지국인 '원칩 펨토셀'도 세계 최초였다. KT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국내 및 해외 최초라는 단어가 16번 들어 있다. 물론 KT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LTE에서 한발 늦긴 했지만 국내 굴지의 통신사인 KT가 온갖 조건을 붙여 무리하게 '세계 최초'를 강조하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에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