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늘도 쉼없이 전봇대에 오른다 | ||||||||||||||||||||||||||||||||||||||||||||||||||||||||||||||||||||||
[이치열의 사진으로 본 세상] 케이블 비정규직 설치기사의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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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SO 씨앤앰의 하청업체에서 설치기사(특수고용직)로 9년째 일하고 있는 임정균 대리(37)는 지난달 13일 함께 일하는 250여 명의 설치기사, AS기사, 방문판매인들과 노동조합을 만들고 정책팀장 역할도 맡았다. 주말도 없이 월 27일 이상을 일하며 2백여 만원을 버는 임 대리는 6년 전 놀이동산에 간 것을 마지막 가족나들이로 기억할만큼 케이블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오늘도 계속 걸려오는 콜센터의 오더에 따라 전주와 담벼락을 오르고, 이삿짐 나르기를 거들고, 빨랫줄 걸이용 구멍을 뚫어달라는 독거노인의 부탁까지 들어가며 정신없이 방송케이블, 인터넷선을 깔고 나오며 당부를 잊지 않는다. "해피콜 오면 아시죠? 부탁드려요~"
부인의 작은 아버지가 새차를 살 때 공짜로 얻어 왔다는 99년형 흰색 액센트는 여기저기 녹슬었고 뒷좌석은 온통 케이블 설치 장비와 사다리로 가득하다. 세 아이 아빠의 승용차이기도 한 그 차에서 유아용 카시트를 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아빠 덕에 9살 큰아들은 가끔 사무실에 같이 출근해요. 그것만으로 함께 외출한 기분이라도 느끼는 겁니다. 설치신청 들어오면 동료들에게 맡기고 나갔다 들어오지요. 둘째 셋째가 없었던 6년 전 롯데월드에 놀러 갔던 것이 가족나들이의 전부예요." 월별로 설치주문은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일년에 주문이 많은 8개월 정도 바짝 벌어 비수기인 나머지 4달을 잘 넘어가야 한다. 이날 임 팀장은 저녁 7시경 퇴근할 때까지 트리플(케이블방송, 인터넷전화, 인터넷선) 2개, 콤보 2개(케이블방송, 인터넷선)를 포함해 총 9건의 설치작업을 마쳤다. 상품의 가격에 따라 설치 수당은 5천원에서 2만원 사이에서 책정된다. 벌어들인 수입은 14만원 정도이며 여기서 자동차 기름값과 주차비, 식대, 자재비를 빼야한다. 그나마 요즘 들어 가장 많은 일을 한 편이다. 오늘도 담배 한 갑을 다 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