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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오늘도 쉼없이 전봇대에 오른다

비정규직 2013.03.11 07:13 조회 수 : 5752

아빠는 오늘도 쉼없이 전봇대에 오른다
[이치열의 사진으로 본 세상] 케이블 비정규직 설치기사의 하루
[0호] 2013년 03월 06일 (수)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케이블SO 씨앤앰의 하청업체에서 설치기사(특수고용직)로 9년째 일하고 있는 임정균 대리(37)는 지난달 13일 함께 일하는 250여 명의 설치기사, AS기사, 방문판매인들과 노동조합을 만들고 정책팀장 역할도 맡았다. 주말도 없이 월 27일 이상을 일하며 2백여 만원을 버는 임 대리는 6년 전  놀이동산에 간 것을 마지막 가족나들이로 기억할만큼 케이블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오늘도 계속 걸려오는 콜센터의 오더에 따라 전주와 담벼락을 오르고, 이삿짐 나르기를 거들고, 빨랫줄 걸이용 구멍을 뚫어달라는 독거노인의 부탁까지 들어가며 정신없이 방송케이블, 인터넷선을 깔고 나오며 당부를 잊지 않는다. "해피콜 오면 아시죠? 부탁드려요~" 

 

   
▲ 건당 5000원에서 2만 원까지 다양한 일이 있다. 보통 하루 평균 6~7건, 한 달에 27일 이상을 일한다. 집 내부에 케이블방송선이 들어와있지 않은 경우 가까운 전신주에서 선을 따와야 한다. 감전 등의 위험이 있어 경력이 많은 설치기사가 담당할 때가 많다. 그럴 경우 추가되는 위험수당은 3천원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오전 8시 경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사무실에 들러 오늘 접수된 작업중 할당량(7-9건)을 받은 후, 근처 자재창고에서 본격적인 임 팀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가입이나 이전 신청자들과 직접 통화해서 방문 시간을 결정하고 셋탑박스, 인터넷전화기, 공유기, 랜선, 동축케이블 등을 꼼꼼하게 챙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설치기사들이 '쌤'이라고 부르는 신호계측기를 통해 임 팀장이 케이블방송 신호가 정상적으로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있다. 5백만원에 달하는 이 필수장비의 고장과 수리 등 모든 관리는 설치기사의 개인부담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설치를 마치고 고객으로부터 이용계약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설치가 끝난 후 본사에서 고객에게 서비스 만족 정도를 묻는 '해피콜'이 걸려온다. 이때 고객이 '불만족'을 제기할 경우 설치기사는 A,B,C,D 등급으로 평가를 받은 후 낮은 등급은 본사에서 4시간 교육을 받고 소속 하청업체에는 '항상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기사가 되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번에 방문하는 집은 홀로 사는 중년 여성이 막 이사를 온 원룸이다. 가구 배달이 한창이라 일손을 거들 수 밖에 없다. 가구와 TV, 컴퓨터 등의 배치가 대략 끝나야 케이블, 인터넷, 전화선 등의 배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9년 경력의 숙련자답게 친숙하게 일손을 거들며 현장상황을 풀어나간다. 세 개의 책장을 함께 옮겨주고 설치에 들어가는 임팀장에게 고객은 계속 확인한다. "솔직히 몇 메가(초당 다운로드)까지 나와요? 저 민감한데..."
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은 지 얼마 안된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에 설치를 할 때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하의 관리실을 들러 단자함(통신EPS함) 열쇠를 받고 엘리베이터로 가입자의 방에 가서 설치를 시작한다. 보통 한 건당 30분에서 많게는 50분까지도 걸리며 이때 발생하는 주차비용은 물론 설치기사의 부담이다. 차 대신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다. 자재가 부족해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넉넉하게 챙겨 작업에 나선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용산 한강로의 한 주상복합 빌딩 통신EPS함에서 케이블선을 설치 중인 임 팀장. 이번 집은 복층구조의 고급 오피스텔인데 젊은 여성이 혼자 있는 집이라 언행에 좀 더 신경이 쓰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가입신청자인 자식들은 출근하고 낮에는 노인들만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손녀가 몇 달 와 있을거라며 방을 정리했다고 케이블 위치만 바꿔달라는 할머니의 주문을 받은 임 팀장이 오래된 단독주택 사이로 얽힌 케이블 회선을 따기 위해 이웃집 담벼락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임팀장에게 할머니가 슬며시 부탁한다. "여기 창문틀에 드릴로 구멍 하나 내 주면 좋은데. 빨래줄 걸려고 하거든..." 임 팀장은 이번에도 웃는 낯으로 부탁을 들어준다. "유선방송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몇 년전까지만 해도 '좋은 기술 배웠다', 'TV 잘 나오게해줘 고맙다.', '수고했는데 밥 먹고 가라'는 고객들이 많고 기사와 고객사이에 정이 있었고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특수고용직이 되버린 요즘은 고객들이 기사를 단순 기술을 가진 서비스기계 대하듯 한다. 방송사업자인 회사와 그 서비스의 접점(가입자와 방송)을 이루는 설치, AS기사 등이 분리돼 버렸다."고 그는 아쉬워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임팀장은 3시 세끼 때 피우는 걸 빼고도 각 현장에 도착해서 회선을 둘러 보며 한 개비, 작업 끝내고 나와서 한 개비 피다보면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태운다. "다음 집은 게임이랑 P2P 많이 쓰시는 분인데..." 파워콤 회선을 임대해 쓰는 용산구 C&M은 가격 경쟁력은 있는 반면 업로드 속도가 대형이동통신사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고객들의 1차적인 불만접수는 설치기사들이 감내해야 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부인의 작은 아버지가 새차를 살 때 공짜로 얻어 왔다는 99년형 흰색 액센트는 여기저기 녹슬었고 뒷좌석은 온통 케이블 설치 장비와 사다리로 가득하다. 세 아이 아빠의 승용차이기도 한 그 차에서 유아용 카시트를 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아빠 덕에 9살 큰아들은 가끔 사무실에 같이 출근해요. 그것만으로 함께 외출한 기분이라도 느끼는 겁니다. 설치신청 들어오면 동료들에게 맡기고 나갔다 들어오지요. 둘째 셋째가 없었던 6년 전 롯데월드에 놀러 갔던 것이 가족나들이의 전부예요."

월별로 설치주문은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일년에 주문이 많은 8개월 정도 바짝 벌어 비수기인 나머지 4달을 잘 넘어가야 한다. 이날 임 팀장은 저녁 7시경 퇴근할 때까지 트리플(케이블방송, 인터넷전화, 인터넷선) 2개, 콤보 2개(케이블방송, 인터넷선)를 포함해 총 9건의 설치작업을 마쳤다. 상품의 가격에 따라 설치 수당은 5천원에서 2만원 사이에서 책정된다. 벌어들인 수입은 14만원 정도이며 여기서 자동차 기름값과 주차비, 식대, 자재비를 빼야한다. 그나마 요즘 들어 가장 많은 일을 한 편이다. 오늘도 담배 한 갑을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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