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15일 주총서 친정체제 완료 ‘회장직 굳히기?’
KT가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갖는다. KT의 금번 주주총회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석채 회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KT는 민영화 11년째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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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임기가 2년 남아있지만 KT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꾸준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또한 김종훈 전 후보자의 사퇴로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의 하마평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이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핵심 부처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용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직에)관심 없다”며 “KT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바꾸는 데 힘쓰겠다. 주인 없는 회사의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게 더 보람된 일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관으로 추천된다 하더라도 배임 등 갖가지 의혹으로 고소·고발을 당해있는 이 회장이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 회장의 장관 임명설은 터무니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직 임명을 배제하더라도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인사 척결을 주장하고 있으며 최근 공기업 사장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하거나 교체되고 있으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회장직 굳히기’로 마음을 굳히고 더욱더 확고한 자기만의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15일 주주총회에서 표현명 T&C(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상훈 사장 대신 김일영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표현명 사장은 이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돈이다. 오 전 시장의 여동생 세현씨는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KT에 영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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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그룹CC와 그룹윤리경영부문을 기존과 같이 맡는 한편 그룹CC의 전략기획실장까지 겸임해 역할과 권한이 더욱 확대됐다.
KT는 외국 국적자의 사내이사 선임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다라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회장은 자신과 자신의 최측근 인사 2명으로 사내이사 3명의 구성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도 교체된다. KT는 현재 사외이사의 임기 3년을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는 것을 늘려 총 10년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이에 KT는 임기가 종료되는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와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재선임 할 예정이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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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의 공공기관 취업 제한이 없지만 퇴직 전 3년 내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연관 있는 유관단체나 민간 기업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송 고문은 2013년 3월 26일 이후 KT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지만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했던 정부기관의 차관급 관료가 취업제한 규정이 풀리자마자 방통위 규제 대상인 KT의 사외이사로 옮기는데 대한 논란이 있다.
또한 송 고문은 KT의 2G 서비스 종료 가처분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경력도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송종환 교수는 이 회장과 고교 1년 선후배 사이이며 차상균 교수는 KT의 제휴회사인 SAP랩코리아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KT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렇게 구성된 KT이사회는 다양한 기업을 발전시키는 기구라기보다는 이석채 회장 중심의 친목회라고 해야 할 판”이라며 “KT 이사회를 동네 친목회로 전락시키는 이석채 회장 측근 중심의 이사 추천을 반드시 저지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이석채 회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이사들이 포진해 있는 이사회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라며 “이같은 이사회 구축은 친정체제 구축을 더욱더 강화하며 자신의 남은 임기를 보장 받기 위한 꼼수이자 KT를 더욱더 망치는 지름길”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석채 회장의 거취는 통신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의 장들이 물갈이 되는 것이 관례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회장은 자신의 임기 내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남중수 전임 사장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전 연임 작업을 완료 했지만 정치권의 압력을 피하지 못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퇴진하고야 말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도 상황이 흡사하다. 따라서 권력 교체기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친정체제 강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석채 회장의 카드가 주효해 남은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던 전임 수장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