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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총,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미디어스 2013.03.16 23:55 조회 수 : 4149

KT 주총,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인력 동원→기획된 발언→원안통과…주주들 "시장통보다 못해"
2013년 03월 15일 (금) 13:08:56도형래 기자 media@mediaus.co.kr

KT는 1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총회장 밖에서는 이석채 회장의 배임 혐의 처벌을 탄원하는 서명이 진행됐으며 안에서는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고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KT가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발언을 독점하며 이석채 회장과 임직원 찬양 발언을 이어갔다. 이석채 회장은 ‘감사’를 연발하며 주당 2,000원의 배당과 함께 이사선임 건을 의결했다.

▲ KT 주주총회장 앞에서 KT새노조와 시민단체가 이석채 회장 처벌 탄원서에 KT주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미디어스

주주총회 시작 전부터 KT새노조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주주들에게 이석채 회장의 ‘노동인권 유린, 사기혐의, 배임혐의에 대한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이석채 회장이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에 거듭 투자를 지시해 KT 손실을 키웠고, 자회사 KT OIC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친인척에게 거액의 시세차익을 안겨주었다”며 “이석채 회장의 즉각적 퇴진과 검찰의 엄중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KT새노조가 서명을 받는 중간 중간에 KT 임원들이 등장해 어색한 광경이 연출됐다. 2009년까지 KT 노무관리를 총괄했던 서유열 Customer 부문장과 해고자 신분인 이해관 위원장이 만나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 KT주주총회장 앞에서 KT노무를 총괄했던 서유열 부문장과 해고당한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이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미디어스

난장판, 몸싸움에 기자·소액주주 실려 나가기도

주주총회장 안에서는 박수 치는 사람과 야유 하는 사람, 발언권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연출됐다. 앞자리는 KT직원 등 동원된 인력이 점령해 연출된 발언을 이어갔고 뒷자리로 밀린 소액주주들은 항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기자 한명과 항의하던 소액주주 한명이 다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불법 판결을 받은 KT의 인력 퇴출프로그램의 피해자인 KT민주동지회 회원들은 ‘낙하산 사장 퇴진’ 구호 피켓을 나눠들고, 이석채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은 발언권을 요구하며 격한 항의를 이어갔다.

▲ KT민주동지회 회원들은 주주총회장 안에서 이석채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나눠들었다. 동원된 KT직원들은 주주총회장 뒷편에서 이들에 대한 욕설 섞인 야유를 보냈다. ⓒ미디어스


KT 직원, 또는 동원된 인력으로 보이는 이들은 주주총회장 뒷자리에 서서 항의하는 소액주주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며 집단적인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한 KT민주동지회원은 “아침 8시에 왔는데도 앞자리를 직원들 시켜서 다 차지했다”며 “새벽같이 나와 앞자리를 차지하고 연출된 발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LTE 꼴지를 했는데 잘했다고 말하는 것 좀 들어보라”며 “매년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고 말했다.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뒷자리에 서있는 동원된 KT직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KT 이석채 회장은 주주총회 의장 자격으로 항의하는 소액주주들의 퇴장을 명령하면서 주총장 스태프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몸싸움에 휘말린 기자 한명이 울음을 터뜨리며 주총장 밖으로 빠져나갔고, 한 소액주주가 다쳐 119 구급대원의 손에 실려 나가는 일도 발생했다.

▲ 발언기회를 얻지 못해 항의하는 소액주주들에 대해 이석채 회장은 의장 자격으로 '퇴장'을 명령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반발은 거세졌고, 항의하는 소액주주들을 퇴장시키려는 스태프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디어스

▲ 소액주주들과 스태프들과의 몸싸움에 휘말려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사진은 119 구급대원이 부상자를 살피고 있는 모습. 이 상황에도 이석채 회장을 의장으로한 주주총회는 계속됐다. ⓒ미디어스

동원된 직원들, 연출된 발언

앞자리에 차지한 ‘동원된’ KT직원들은 이석채 회장과 임원진에 대한 찬양을 이어가며 안건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KT 이석채 회장은 주주총회 의장으로 이 같은 발언에 ‘감사’를 연발하며 “특별한 이견이 없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 주요 주주의 찬성으로 원안 의결하겠다”를 반복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여00 씨는 “비통신 시장에 매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1호 의원(재무제표 승인의 건)의 통과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총 직후 한 KT새노조 조합원은 “여00 씨는 현재 KT가양지사장”이라고 말했다.

▲ KT주주총회장, 한 소액주주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고자 했지만, 이날 앞자리에 앉은 동원된 인원들 이외에 발언권을 얻은 주주들을 없었다. ⓒ미디어스

마지막 주총 의결사안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서는 동원된 직원들의 ‘아부성’ 발언까지 등장해 소액주주들의 빈축을 샀다.

박00 씨는 “어려운 여건에도 LTE, IPTV 서비스 가입자 증가로 희망을 보여준 임원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임원진 임금이 동결되더라도 더욱 힘써 달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발언자는 “다른 그룹에 비해 임원진의 보수한도가 낮다고 알고 있다”며 “2000원의 배당까지 해주시고 임원진 임금 동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KT 주총 의결사항은 총 5건, 이 안건이 통과될 때마다 앞자리에 앉아 발언기회를 얻는 사람은 대략 10여명이다. 주총 발언자 가운데 이석채 회장의 경영을 비판한 사람은 없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형식적 주주총회

주주총회가 끝나고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위원장은 “매년 이런 난장판이 되풀이 된다”며 “직원들을 동원해 문제 제기를 하려는 사람들의 발언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KT민주동지회원은 “그래도 작년에는 발언 기회를 두 번 줬는데 올해는 회사가 연출한 대로 끝났다”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주주총회에 끝나고 항의하는 주주들이 속출했다. 한 주주는 “뭐 이런 주주총회가 있냐? 책임자 나오라”며 항의를 했다. 하지만 폐회 선언과 함께 이석채 회장과 임원들은 앞자리를 차지했던 직원들과 함께 도망치듯 무대와 연결된 문으로 자리를 빠져나가 스태프들만 난처한 표정으로 응대했다.

주주총회를 처음 왔다는 한 주주는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주는 “다 자기들 할 말만 하고,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회사의 주총에 왔는데 수준은 시장통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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