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刀)
4월은 날카롭다
잘못 건드리면
몰래 다가와 스윽 살을 베며
뼈속에 들어와 박히는 칼날이다
함부로 소풍 나갔다가
팔다리 잘려나가고
목숨 떨어진 것 지천이다
보라, 눈앞에 꽃잎이 펼쳐지고
등뒤로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은
저 얇은 금속의 스침
의거처럼 네가 칼을 쥐고 있어서
네가 혁명처럼 칼을 품고 있어서
4월은 저렇게
시퍼렇게 날을 갈고 오는 것이다
한 발 내미는 순간
육신이 반으로 쩍, 갈라지고
정신은 쿵, 아득한 바닥에 닿는 것
4월은
부서진 네가
빛나는 칼날을 들고 일어서는 것
네가 칼날이 되고
4월이 되어
날과 날로 불꽃을 일으키는 것
어서 잘라버리라고
목을 내밀고 마음까지 내밀었으니
불타버린 칼날이
너의 4월을 깊게 찌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