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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처 장례식 놓고 격렬한 논쟁
하원 추모 의회 소집하자
노동당 일각 “세금낭비·불참”
‘산업공동화’ 지역서 파티 벌이자
“죽음에 불량한 취향” 비판 일어
‘생전 인종차별’ 발언 논란 확산
하원 추모 의회 소집에 노동당 일각 “세금 낭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죽음과 장례가 영국을 격렬한 논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0일 대처를 추모하려고 특별 소집된 영국 하원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주도로 대처에 대한 추모와 헌사를 바쳤다. 하지만 노동당 최다선 의원 중 하나인 데이비드 위니크를 비롯한 노동당 일부 의원들은 대처가 수백만 노동자들에 퍼부었던 “잔혹한 경멸”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수당 정부가 주도한 대처 추모 의회 소집을 비판했다.

 

노동당의 존 맨 의원은 부활절을 맞아 3주간 휴회 중인 의회를 대처를 추모하려고 소집한 건 세금 낭비라며, 치과 치료를 위해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동당 중진의원 조지 갤로웨이도 정부가 대처에 대한 헌사를 위해 의회 소집을 요청한 것은 ‘국가가 조직하는 헌사’라고 비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론분열을 조장한 정치지도자 장례식에 막대한 국민 혈세를 쓰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불붙고 있다. 17일 세인트폴 성당에서 치러질 대처 전 총리의 장례는 국장은 아니나 국장에 준하는 관례로 치러진다. 장례 비용은 1천만파운드(약 173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안 경비로만 500만파운드가 들고, 도심 운구행렬, 외국 조문사절 접대 등으로 대형 국가행사 수준을 넘는 비용이 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빵과 장미> 등으로 유명한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는 대처가 생전에 경쟁력과 효율을 내세워 밀어부친 무분별한 민영화 정책을 겨냥해 “그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쟁입찰에 부쳐 최저가에 낙찰시키자”고 트위터에 썼고, 큰 호응을 얻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유족들은 화장비와 조화비용 등 장례 비용 일부를 자비로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처 전 총리의 유산은 950만파운드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관례를 깨고 국장이 아닌 정치인의 장례에 처음으로 참석한다. 여왕은 1965년 국장으로 치러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바 있다. 대처의 유족들이 국장을 고사한 것은, 의회에서의 국장 예산 승인 때 벌어질 논란을 우려한 탓이라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대처의 죽음이 발표된 8일 이후 런던과 글래스고 등에서 그의 죽음을 축하하는 ‘파티’들까지 벌어지자, 이에 대한 격론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 스트리샘이 지역구인 추카 움무나 노동당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브릭스턴에서 파티가 벌어졌다며 “어떤 사람의 죽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극히 불량한 취향이다”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아주 저열한 취향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심하게 반대한다고 해도, 서거의 순간에는 존경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최대 노조인 노동조합회의(TUC)의 렌 맥클러스키 위원장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대처리즘은 악마의 탐욕이고, 아마 수백만명이 그의 죽음을 축하할 것이다”라고 맞받았다.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파티’는 런던과 글래스고, 브리스톨 등지에 집중됐다. 글래스고와 브리스톨은 대처의 사영화 정책으로 산업공동화를 겪은 대표적 지역들이다.

 

영국 경찰은 장례식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1984년 대처 암살을 시도한 아일랜드공화군(IRA) 등 북아일랜드 분리주의 세력들의 테러를 우려한 탓이다. 대처는 집권 당시 북아일랜드 분리독립세력에 대한 강경 대처로, 20세기 영국 총리 사상 첫 암살 기도를 겪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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