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乙'의 반란… 택배기사들, "우리는 현대판 노예"
뉴시스 정의진 입력2013.05.13 11:35기사 내용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대한(가명)씨. 그는 최근 사측으로부터 패널티 1만원을 부과받았다. 사정은 이렇다.
배송 당시 고객이 없어, 고객의 가족을 통해 경비실에 물품을 맡기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해당 고객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곧장 콜센터에 연락, '주문한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측 또한 전후 사정은 무시한 채 대한씨에게 '콜센터에 민원이 접수됐다'며 1만원의 패널티를 줬다.
택배기사 윤통운(가명)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배송 전 고객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배달을 내일로 미룬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고객은 통운씨에게 전화해 다짜고짜 '물건을 당장 배송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운씨는 상황을 설명했으나, 해당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해 민원을 접수했다. 결국 통운씨도 사측으로부터 '패널티를 부과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CJ대한통운의 무리한 '패널티' 제도에 대한 택배기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택배기사들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택배 전 과정에 걸쳐 지시·감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발생시에만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현대판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CJ GLS와 통합 전 880~950원이었던 수수료를 통합 이후 800~820원으로 강제인하했다. 더불어 대리점 운영비를 비롯해 무단 배송 1만원, 욕설 10만원 등 10여개가 넘는 패널티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물품 파손, 분실 문제까지 모두 택배기사에게 떠안겼다.
택배기사 김대통(가명)씨는 "사측이 '배송물량이 없어졌다'면서 해당 물품에 대한 값을 물었다"며 "단지 내 관할구역 물건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택배기사는 "'을'인 택배노동자는 '갑'인 CJ대한통운에 어떤 불만이라도 제기하면 계약해지를 당해야한다"며 "죽도록 일하고 남는 것은 관절염과 벌금, 불평등 계약서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 측은 CJ대한통운에 ▲부당한 패널티 제도(SLA 제도) 전면 폐지 ▲택배노동자의 잘못 없는 사고 처리에 대한 책임전가 금지 ▲배송수수료 최저단가 950원/상자(부가세 포함) 인상 ▲대한통운 직계약 용차체제 현행 유지 및 대리점 전환 확대 중지 ▲여신 및 인보증제도 폐지 ▲택배 운송 소모품 무상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택배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