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새 노조위원장인 이해관 씨가 ‘제주도 세계자연경관 선정 국제전화’와 관련한 KT의 일련의 부당행위를 ‘공익 제보’의 차원에서 고발한 바 있는데, 이것이 ‘공익제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재판장 이승한)가 내렸다. 이에 우리 교수학술4단체는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열광하던 그 시기에 KT는 ‘국제전화로 투표한다’라고 홍보했고, 많은 시민들은 이를 자연경관 투표를 주관하는 단체에 전화를 걸어, 제주도의 7대경관 투표를 지원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많은 투표를 했다. 그러나 실제는 ‘국내전화’이고 사실은 KT가 비싼 요금을 받아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세금을 이용하여 공무원을 동원한 전화투표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공익제보자 보호에 있어서의 심각한 후퇴’라고 하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견을 표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사법부의 판결은 공익제보에 대한 대단히 협소한 판결로서,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향한 노력들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보수적 기업내부문화를 고려할 때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공익제보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고, 그 자체가 희생의 행위가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법부가 공익제보행위를 보호하기는커녕 법원이 대단히 협소한 법리적 판단을 한 것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이해관 씨의 행위를 공익신고보호의 대상 법률에 ‘전기통신사업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익신고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은 공익제보를 폭넓게 보호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둘째, 아무리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어 국가적 이익이 되고 제주도의 관광수입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KT의 경우는 명백히 국민을 속이는 부당행위를 저질렀고, 법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되어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적 정의를 세워야 할 사법부가 이처럼 공익제보에 대해 협량한 판결을 해서 역으로 공익제보자가 어려운 조건에 계속 처해야 하는 것은 국민적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비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는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적 관념에 의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왜곡되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황우석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아무리 ‘목적’이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비윤리적 수단과 과정에 의해 진행될 때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우리는 믿는다.
셋째, 이미 이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원에서 이해관 씨의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판단을 내린 바 있는데, 오히려 사법부가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서지 않고 퇴행적인 방향으로 판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공익제보를 한 이해관 씨는 해고되었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상의 정당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였다. 이에 대해 이미 4월달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호조치의 필요성, 즉 복직을 결정한 바 있다. 감사원 역시 이해관 씨가 폭로한 사업에 대해 ‘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닌데도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썼다’는 위법행위를 인정하였고 방통위로 하여금 과태료 350만원을 부과하도록 한 바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가 국민들이 원하는 투명한 사회로 가는데 있어서 시민단체의 감시나 국민들의 제보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용기를 갖고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용감한 공익제보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법원의 판결과 공익제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개선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