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동조합단체교섭 찬·반 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서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고 김 아무개 조합원의 유서 중>

KT노동조합 한 조합원이 2013년도 노사단협안 찬반 투표에서 KT 사측의 부당한 개입을 폭로한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KT노동조합 전남본부 소속 김 아무개 조합원은 17일 자신의 차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0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유서에는 KT노동조합단체교섭 찬반투표에서 ‘찬성’을 찍은 사진과 함께 “검표가 두려워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며 “2010년, 2011년 투표전(특별기동팀장 유OO) 개인면담시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 엄포를 (놓았다)”고 쓰여 있다.

▲ KT민주동지회 소식지 호외 캡처

고 김 조합원은 유서에 “2013년도 항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OO팀장은 직원들 모인자리(회식 등 조회석상)에서 똑바로 해라 하면서 엄포를 놓는다. 뭐든 강압적이다”라고 적었다.

고 김 조합원은 또한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KT노동조합원이 주권을 (소중한 한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어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KT전국민주동지회는 소식지 긴급 호외를 발행하고 “회사와 결탁한 노동조합의 배신적인 임단협안의 백지위임, 그리고 회사측의 부당한 선거개입이 한 KT조합원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통해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부당한 개입과 탄압에 인간적 모멸감을 느낀 김 조합원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런 부당한 현실을 폭로해 더 이상 KT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조합원을 죽음으로 몰아간 KT 사측의 부당한 선거 개입과 탄압에 대해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KT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조합원 82.1% 높은 찬성으로 △임금동결 △고졸 정규직군 ‘세일즈직’ 신설 △면직제도 신설 △수당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에 합의했다. 그 가운데, ‘면직제도’는 F등급을 연속 2회 받은 노동자에 대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면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KT민주동지회에서는 ‘상시적 정리해고제’라고 비판했다. 찬반투표도 부정투표 및 사측 개입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