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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회장, 미련은 비극을 낳는다

미디어오늘 2013.08.01 00:19 조회 수 : 4827

이석채 KT회장, 미련은 비극을 낳는다
[사설]
[0호] 2013년 07월 31일 (수) 미디어오늘 news@mediatoday.co.kr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의 역사는 KT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종 25년인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한성과 제물포간 전신을 개통함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근현대 통신의 역사를 KT는 고스란히 안고 있다. 1982년까지 국가기관인 ‘체신청’이었고 그 후 ‘공사화’되었으며 2002년 민간기업화되는 역사를 거치며 현재의 KT그룹에 이르렀다. 지금 KT그룹의 사업분야는 통신분야뿐만 아니라 위성방송과 IPTV서비스를 제공하는 최대 방송사업자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이렇게 변신을 거듭해온 KT가 최근 위기에 직면해 있다. KT안팎에서 ‘경영’측면에서나 CEO의 ‘리더십’측면에서나 직원들의 ‘노동인권’과 ‘사기’측면에서 전에 없던 위기상황이라는 평가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개별기업’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민영화 이후 KT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난해 KT는 전년보다 매출은 11.8%성장했다고 발표했지만 동시에 영업이익은 23.5%나 줄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경영악화다. KT는 이런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의 68%에 해당하는 주당 2000원(배당금 총 487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미래투자를 위한 여력까지 줄여버리는 ‘자해경영’인 셈이다. 올해도 경영실적 악화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본지의 보도를 통해 드러난 KT내부문건을 보면, KT는 “올 상반기 실적부진 및 13년 경영목표 달성 불투명”상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적이 너무 부진해서 2/4분기 실적발표를 제 때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실적악화에 따른 경영악화로 인해 KT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경영진도 위기상황이다. 이석채 회장은 친척인 유종하 전 MB선대위원장에게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특혜’를 주었다는 ‘배임’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사익을 위해 회사를 배신한 혐의를 받고 있는 리더에게 조직의 그 누가 그의 ‘리더십’을 인정하겠는가. 직원들이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무리하고 억압적인 노무관리가 횡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KT에서는 8명의 직원이 자살했다. KT에서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적 사유들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난 6월에 자살한 직원의 유서에서는 회사의 노동탄압이 명백히 거론되고 있다. 또한 현장직원들은 “살인적인 노무관리로 인해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죽음의 기업’이란 악명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더 나쁜 기업이미지로 굳어가는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평판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KT의 시계는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

KT가 왜 이런 위기상황에 직면했는가. 바로 그 원인의 중심에는 현재 CEO인 이석채 회장이 있다. 이석채 회장으로 대표되는 낙하산 체재의 ‘무능’과 ‘전횡’이 한 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KT는 민영화되었다고 하지만, ‘특정인’ 또는 특정 자본의 사유물이 아닌 지분 분산이 잘 이뤄진 소위 ‘국민기업’으로 존재한다. 이 점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민기업이 아닌 ‘정권 낙하산기업’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석채 회장으로 상징되는 ‘MB낙하산’의 폐해는 ‘기업파괴’ 수준에 이르렀다. 알려진 낙하산 인사의 수가 열손가락을 다 사용해 셈을 해도 모자란다. 박근혜 정부로 바뀐 뒤에도 이 같은 행태는 멈추질 않고 있다. 홍사덕·김병호 등 친박 낙하산까지 더해졌다. 또한 개인적 인연에 의한 보은인사 차원에서 MB와 YS계열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고, 심지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저격수 역할을 했던 MB캠프의 인사까지 최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정상적인 기업의 CEO로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타워팰리스’사택에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 많은 보은인사, 낙하산인사로 자리챙기주기까지 하며, KT를 전면사유화했다. 그 수많은 ‘낙하산 보은’ 인사가 이 회장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한 이유 말고, 정상적 기업경영에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가. 이런 지경이니 최첨단을 달려야 할 통신기업의 경쟁력이 제대로 나올 턱이 있겠는가. 이석채 회장 이후 KT는 제대로 된 서비스 혁신이 없었다는 평가다. 혹자는 ‘아이폰’ 도입을 이석채 회장의 공으로 돌릴지 모르겠으나 KT내에서는 ‘콧방귀’를 뀐다고 한다. ‘아이폰’도입은 이미 KT와 KTF합병 전에 도입이 사실상 결정이 된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의 도전과 발상전환에 의해 도입된 창의적 서비스가 아니라 전임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은 셈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석채 회장은 취임초기 전임자들이 kt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어놓은 사업들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긴 사례도 있다고 한다. 취임 초기 ‘IPTV서비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관련 임원들을 불신해 대거 물갈이했다. 현재 미래부 차관으로 있는 윤종록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현 정부는 통신사업을 포함한 ICT사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상정하며, 미래부까지 신설해가며 ‘창조경제’를 부르짖고 있지만, 현재 이석채 체제는 ‘국민기업’ KT를 창조적 기업으로 이끌 자격도 역량도 없다. KT안팎에선 이석채 회장이 자신이 아니면 KT를 이끌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고 말한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4년여 간 자신에게 수많은 사적 이익을 가져다 준 '국민기업' KT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차원에서라도 이석채 회장은 빨리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미련은 비극을 낳는다. 전임자의 운명을 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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