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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동자 82.1%는 왜 ‘정리해고제’에 찬성했나?

퇴~~진 2013.10.04 05:32 조회 수 : 7477

KT노동자 82.1%는 왜 ‘정리해고제’에 찬성했나?
‘KT사유화, 1인이 전횡 부리는 죽음의 기업’
참여연대 등 “이 회장 모든 면에서 비정상적 경영 지속해"





‘상시적 정리해고제’에 찬성한 노동자 81%, 왜?

지난 6월 16일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KT 노동자 김 씨가 쓴 유서에는  KT 노동자들이 왜 찬성표를 던졌는지 그 사연이 적혀 있다. 김 씨는 그동안 관리자들이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한 사례를 폭로했다. 그의 유서에는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찬성표를 찍었음을 말했다. 그는 검표가 두려워서 자신의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은 뒤 그 위에 유서를 썼다. 그는 마지막으로 “15년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는 말을 남겼다. 이 소식을 들은 회사 측은 회사 차원에서 선거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 달 전 KT 전남본부에서 일하던 김씨(53)는 이석채 회장과 KT노동조합의 ‘상생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 씨처럼 찬성표를 던진 노동자는 82.1%였다. 해당 노사합의안에는 임금 동결, 수당 폐지 등은 물론 업무 부진으로 두 차례 F를 받은 노동자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면직할 수 있는 ‘상시적 정리해고제’가 담겨 있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합의안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 2만4616명 중 2만2596명(91.8%)이 참여한 투표에 82.1%(1만8550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상시적 정리해고제'를 두고 안팎에서는 ‘바보가 아닌 이상 찬성할 수 없다’는 반응과, 이 같은 안은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죽음의 기업 ‘KT’

그간 KT가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계속되어 왔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조합원들의 증언과 관련 문건을 근거로 이 사실을 알려왔다. 그러나 이석채 회장과 KT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찬성안에 투표한 것을 두고 자발적인 선택인양 노동조합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11일 KTF합병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T가 다시 살아난다면 최대 공로자가 KT노조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지도부를 갖고 있고, 조합원을 갖고 있다고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기자들에게 KT노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KT앞에는 언제부턴가 ‘죽음의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는 CP프로그램을 본격 실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006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사망자는 245명으로, 이중 1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2월 10일 이석채 회장 내정 이후 사망자는 168명이다. 이석채 회장은 언론에서 늘 ‘상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함께 하자'고 외치는 KT에는 ‘나 혼자’를 외치는 이 회장만이 보인다. 회사를 원망하며 죽음을 선택한 노동자들을 만든 건 이석채 회장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등 국가기관의 역할이 필요할 때마다 ‘KT봐주기’라는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일례로 2012년 4월 10일 KT는 각 지역 관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동회와 새노조 등 조직의 세력 확대를 방해하고, 선거 개입 노하우를 공유하는 강연을 진행했음에도 검찰은 올해 3월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관리자 6명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죽음의 노무관리, KT사유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9월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채는 미련 없이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T 이석채 회장이 사내방송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임직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사내 방송에서 ‘회사가 무너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다 끊임없이 회사를 중상모략하면서 낮에는 태연하게 회사 임원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 최소한 회사를 해코지하지 말라’고 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인력퇴출 프로그램과 성과연봉제 등 이른바 ‘죽음의 노무관리’로 노동자들을 죽음의 행렬로 내몰았다. 그들은 “KT그룹의 사망자는 2009년 34명, 2010년 41명, 2011년 43명, 2012년 56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 “KT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급감했고, 급기야 지난 7월 실적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임금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을 했고, 경영진의 연봉은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이석채 회장의 만행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폭로했다. 지난 9월1일에는 이석채 회장이 전 직원에 보낸 메일에 “주인이 없으면 기업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편견이자 허구임을 KT렌탈, BC카드. 스카이라이프 등이 빛나는 실적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스카이라이프는 KT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노조 간부 및 핵심 조합원에 대한 보복성 지방 발령 인사가 끊이지 않았고 아직까지 2012년 임단협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등 파행적 노사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며 “BC카드에서도 KT윤리경영실 출신 인물이 일명 노조위원장 감시, 조합에 대한 회유·협박 등 비상식적 전횡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석채 회장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자회사의 실적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KT가 ‘1인이 전횡을 부리는 죽음의 기업’에서 명실상부한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세워지길 바란다”며 “청와대가 파렴치한 경영자를 더 이상 묵과하지 말고 하루 속히 구태청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9월 12일에는 참여연대와 KT 피해자모임, 전국 '을' 살리기비대위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채 KT 회장이 회사 경영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등은 "청와대가 이 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마치 정상적으로 경영된 민간기업에 정부가 인사 개입을 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회장은 경영 실적, 노사문제, 대리점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비정상적 경영을 지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7월 KT 역사상 처음으로 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임원진의 급여는 최고 123% 인상됐다"며 "정치권 인사와 이 회장의 친인척이 기업 고문 등에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성을 인정받은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아직 지속하면서 근로자들이 연고가 없는 객지로 쫓겨나고 있다"며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대리점들에 자행하는 횡포도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은 "KT가 정상화되는 유일한 길은 이 회장이 즉각 사퇴하는 것뿐"이라며 "이 회장이 모든 사회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소문만 무성, 이석채 회장은 어디에

지난 12일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KT상생간담회’에 참석한 우원식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 회장에 대해 “본인 신상 관련한 문제로 불참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KT와 휴대폰 대리점 불공정행위, 인력퇴출프로그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은수미 의원은 “KT가 불법퇴출프로그램에 대해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건 이석채 회장 신상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간담회 불참을 두고 KT 측은 “일정이 겹쳤다”, “외부 일정이 겹쳤다”고 말하는 둥 불참 이유와 그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언론홍보팀 박창규 과장은 “요즘 하반기 경영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지역은 알지 못했고, 김철기 상무도 “지역을 자주 가신다”고 말할 뿐 자세한 답변은 회피했다. 미디어오늘이 단독으로 입수한 내부문건에 의하면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 측에서 진행 중인 경영설명회 강연자 및 참석자 명단에 이 회장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신상 문제’로 국회의원과의 만남을 피했던 이석채 회장은 긴 연휴 기간을 이용해 지난주 토요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브로드밴드 위원회에 멤버로 처음 참석해, KT와 르완다정부가 함께 설립한 LTE합작사 사례를 발표했다. 브로드밴드 위원회는 전 세계 브로드밴드 인프라와 서비스 확산을 지원하는 국제 규모의 협의체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사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석채 회장이 위상을 드높이는 홍보 전략으로 사퇴논란을 잠재워 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청와대발 퇴진 종용설’이 나오면서 이석채 회장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KT는 2002년 정부 지분 매각을 완료 한 뒤 순수 민영기업으로 탈바꿈 했지만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회장들이 사퇴압박에 시달려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석채 회장이 ‘신상 문제’를 두고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피한 것은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는 인상을 주기십상이다. 정부의 퇴진 종용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회장이 지금 귀 기울여야 할 것은 KT노동자들이 왜 연일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시위를 하는가다. 논어에서 공자는 “예로부터 전쟁이 나서 죽든 굶어서 죽든 모든 인간은 죽게 돼있다. 그러나 백성은 믿음이 없으면 설수가 없다(民無信不立).”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사원들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면 기업도 오래가가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믿음을 주는 CEO가 있다면 그 기업은 건재하다는 뜻이 된다. 연일 나오고 있는 이석채 회장의 사퇴설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행동할 것인지, 그 역량이 부족하다면 스스로 물러날 것인지 피하지 말고 정면 대응하는 이 회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취재_연미란 기자/ymr@snt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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