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추천위원회 구성에 부쳐]
공동책임자들은 신임 CEO 선임에 개입하지 말라
이석채 회장이 사임하고 CEO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 KT의 CEO로 10여명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 인물 속에는 정권의 낙하산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있다. 항간에는 CEO추천위원회의 거수기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이석채 회장과 공동의 책임을 져야하는 김일영, 표현명 이사가 CEO추천위원이 되고 CEO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책임자라 할 수 있는 김일영, 표현명 이사가 개입된 CEO추천위원회는 국민과 주주,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그동안 이석채 회장의 일방통행에 한마디 언급도 없던 현 KT노동조합 집행부가 CEO선임감시위원회를 만들어 개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어용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스트레스성 자살, 보복성 원격지 발령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모르쇠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CEO를 검증하고 감시하겠다고 한다. 어용노조는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새로운 CEO는 절차적 정당성과 내용적 전문성 그리고 내부구성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낙하산 논란과 내부 갈등만을 부추기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신임CEO의 최소 자격조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밝힌다.
첫째,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 통신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통신서비스는 방송, 보안, 물류 등의 서비스영역뿐만 아니라 생산영역까지 융합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서비스의 공익적 영업 즉 보편적 통신서비스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통신서비스는 가계부담, 마케팅 보조금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산업적 특성을 이해하고 향후 10년이상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가 돼야 할 것이다.
둘째, 내부 구성원의 결속을 다져야 할 때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취임이후 전문임원이라는 제도까지 만들어 외부인사들의 대대적인 영입에 나섰다. 이렇게 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은 승진에서 소외되고 언로도 차단됐다. 그렇다보니 내구 구성원들의 자발성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실행력은 약화됐다. 이는 이동통신의 점유율이 하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편가르기나 줄세우기가 아닌 갈등을 치유하고 동기를 부여할 줄 아는 CEO가 추천돼야 할 것이다.
셋째, 노동조합에 대한 파트너십을 가진 CEO여야 한다. 건강한 노동조합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창구이며, 임원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거름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임 이석채 회장의 책임이 크다. 새로운 CEO는 전임자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구성원들은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을 서비스 하면서 ‘IT강국 코리아‘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며 부러움과 칭찬을 한꺼번에 받았다. 하지만 지금 사비를 털어서까지 휴대폰을 판매하는 업자 취급이나 불법다단계판매원 취급을 받을 때면 너무나 부끄럽다.
낙하산은 전임 회장으로 끝나야 한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권의 거수기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민간기업으로서 KT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CEO에 대한 자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 최소한의 기준이 바로 앞서 말한 3가지 즉, 산업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성, 내부구성원의 결속, 노동조합과의 파트너십을 갖춘 인사이다.
2013년 11월 18일
KT 실천하는 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