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CEO를 둘러싸고 KT-청와대의 수싸움 돌입
KT가 내달 4일까지 CEO 후보자를 공개모집한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회장 후보 모두에게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일각에서는 KT가 공모라는 수를 던져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여론을 이용해 실리적인 대표를 선출한다는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KT는 차기 CEO 선임과 관련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후보자를 공모한다고 25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CEO 응모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로 글로벌 경영능력과 사업수행 경험과 ICT 및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미래지향적 비전, 대규모 조직관리 경험과 강력한 경영혁신 의지를 갖춰야 한다. 청와대와 관련된 인사 중 KT의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조건에 부합하는 셈이다. 현재 청와대 관련 인사 중 KT의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자들은 약 5명 정도로 압축된다.
먼저 관료 출신 중에서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꼽힌다. 김 전 차관은 지방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정통부 차관까지 지냈다고 해서 ‘지방대 신화’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통신정책국장, 정책홍보관리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 대선 때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한 바 있다.
당초 강력 후보로 거론됐던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이사는 현재 헬로비전 사외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사임 의사 역시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전 부회장의 경우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KT에서 환영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이 쏟아진다.
최근에는 박용관 오이솔루션 대표도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최근 창조경제 관련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박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종훈 전 벨연구소 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출신 중에서는 최두환 전 종합기술원 원장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최 전 원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물들이 KT의 차기 CEO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공모절차에 따라 모두 후보로는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KT 안팎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크다. 게다가 시민사회까지도 차기 CEO에 대해 주시하겠다는 엄포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영화된 공기업의 ‘CEO 리스크’를 지적하는 언론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내부에서는 현재 직무대행 중인 표현명 사장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있다. 표 사장은 CEO추천위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추천위가 최종후보자로 주주총회에 올려준다면 나머지 후보들과도 승부를 펼쳐볼만하다. 또 KT에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질 경우 청와대와의 적정선 타협을 통해 복수 대표 방식으로 대표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낙하산들을 위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번 공모를 KT가 던진 고도의 전략이라고 보는 이유다. 다만 표 사장의 경우 이석채 전 회장 측근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EO추천위원회가 공모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들 모두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지만 차기 회장 자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감 때문에 모두 쉽게 회장 자리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아연 기자 cs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