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독재”
“일부 사람들은 경제성장이 반드시 더 많은 사회 정의와 포용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한 번도 ‘팩트(fact)’로 증명된 적 없는 이 같은 ‘낙수이론(trickle-down theory)’은 경제력에 대한 믿음과 현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성화에 따른 조잡하고 순진한 신념일 따름입니다.”
진보 성향 경제학자의 주장이 아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사진)는 최근 펴낸 ‘사제로서의 훈계’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이렇게 지적했다. 사제로서의 훈계는 신임 교황이 향후 주력하고 싶은 종교적 임무나 가톨릭계가 나아갈 방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문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3월 즉위한 이후 강론과 논평 등을 통해 밝혀온 생각을 84쪽, 5만단어로 요약해 전날 발표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 문서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만성적인 가난 등 온정과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아무런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유형의 독재”라며 “부의 불평등은 궁극적으로 폭력사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인하지 마라’는 계명을 현시대에 맞게 풀이하자면 경제가 사람들을 불평등하게 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왜 집없는 노인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돼 죽는 것은 기삿거리가 안 되는데, 주식시장에서 지수가 2포인트 떨어지는 것은 기사감인가”라고 꼬집었다.
교황은 바티칸 등 가톨릭 개혁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교회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바티칸과 가톨릭 관료들은 일반 목회자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나는 세속적인 권력관계가 신성한 교회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여성 사제 임명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훗날 가톨릭 여성들의 권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교황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