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해제]혹, KT CEO에 누굴 보내시렵니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민영화 13년차를 맞는 KT에, 아무리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규제를 받는 공적 성격을 갖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정부가 대놓고 CEO를 보낸다니. 현실에선 과한 질문이 아니다. KT는 민영화됐다고는 하나 주인이 없다. 역대 정부 어디도 KT를 공공기관 대하듯 했고, 이 정부 역시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큰 이변이 없으면 주말에 후보가 간추려진 후 16일쯤 CEO 새 후보가 낙점될 듯하다. "딱히 드러난 사람들 외에는 없는 듯하다"라는 말도 들리고 "수첩 속에 누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라는 말도 들린다. "누굴 보내지는 않는다 해도, 누가 돼도 정부로부터 OK 싸인을 받은 인물이지 않겠어"라는 반응이 KT를 둘러싼 정서다. KT는 1981년 12월, 체신부로터 분리돼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바뀌었다. 역사로 치면 KT는 32년 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신회사다. 민영화를 거쳐 이제는 이동통신 1등 사업자인 SK텔레콤을 긴장하게 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 정부조직에서 공사가 됐으니 초기 살림은 '기술고시'를 중심으로 한 공무원들이 맡았다. 경쟁도 없었고, 개방도 안됐던 시절. 경쟁력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 KT는 1982년 민영화 이후 처음 공채를 뽑았다. 그 공채들은 물론 공사 이후 10년 남짓한 시일 내에 뽑힌, 즉 경영진이 될 만한 근속연수의 인물들은 2013년 현재 대부분 퇴사하거나 일부 자회사 사장으로 재직할 뿐이다. 애석하게도 그 자리는 KT에서 성장한 이들이 아닌 '외인구단'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인사결정권자가 '내부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공사를 거쳐 민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키우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변한 시장에 대응할 전략적이고 민첩한 이들이 없다"는 정도로 요약되겠다. 공사시절도 그렇지만, 민영화 이후 KT의 신입사원 경쟁률은 최소 수 백 대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기업을 운영했기에, 역대 CEO는 무엇을 하느라 인재를 뽑아 더 큰 인재로 키우기는커녕 임원 하나, CEO 하나 시킬 사람을 못 키웠던 것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1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 기관장과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낙하산은 없다"고 강조했다. 낙하산은 아니되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KT CEO조차 그에 해당되는 인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낙하산 처지의 CEO라면 내부 인재를, 미래 CEO를 양성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이다. KT맨들은 무기력감에 빠져있고, 피로감에 젖어있다. "젊은이들이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와서도 임원이 되고, CEO가 돼보겠다는 꿈을 꾸는 대신, 그저 월급 받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한다지요." 이런 비아냥거림에도 그들은 침묵할 뿐이다. KT를 KT에 맡겨보자. 그렇게 해도, 규제사업을 영위하는 KT는 어떤 기업보다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나가야하는 처지다. 멈춰버린 KT의 동력은 KT를 가장 잘 아는, KT의 직원들이 가장 신뢰하는 CEO가 돼야 살아날 수 있다. 적어도 지금 CEO 후보의 자격요건 0순위는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통신경쟁력을 고민한다면, 정치와 권력이 이 정도 분별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