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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당시에 대량학살을 자행한 나치 전범 중 한명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1963년에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나치의 학살을 증언하기 위해 수많은 유대인이 법정에 나와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이때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들 거의 대부분은 이송 지점에 정시에 도착했고, 제 발로 처형장까지 걸어가며, 자신의 무덤을 파고, 옷을 벗어 가지런히 쌓아놓고 총살당하기 위해 나란히 눕기까지 한다. 이상할 정도로 저항이 없었다.


나치전범 재판 당시 검사들이 증인을 향해 묻는다.  “왜 당신은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왜 당신은 기차에 탔습니까?” “1만5000명의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고 수백명의 간수들만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데 왜 당신은 폭동을 일으키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쉽게 대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추방될 유대인의 명단을 작성한 것도 유대인 대표들로 이루어진 유대인 위원회였으며, ‘최종적 해결’로 불린 유대인 멸절에 적극 협력한 사람들도 유대인 자신이었다. 나치 제국에 재산을 헌납하고, 일단 죽음을 면할 명망가 유대인을 선발하는 정책도 그들의 일이었다. 나치 간부와 이들 유대인은 우호적으로 협력했다. 수용소에서 유대인에 대한 사형집행인도 유대인이었고, 시체를 처리한 것도 유대인이다. 그런데 유대인이 나치에 저항했다는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왜 저항하지 못했을까?


이 재판을 지켜본 독일 유대인 출신인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즉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한다. 지난 세기에 가장 논쟁적인 저술이자 2000년까지 이스라엘에서 금서였던 이 책에서 아렌트는 분석한다. 가해자인 나치나 피해자인 유대인 공히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잃어버리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살인하지 말라’는 양심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방법, 곧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전체주의 체제로부터 배워버린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양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준 것이다. 나치가 학살을 할 때 염소가스는 오히려 인간적인 조처였다. 수용할 수 없는 유대인을 고통 없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스는 ‘불필요한 고통’을 면제해주는 수단이었다. 가스로 살해하라는 총통의 명령을 수행하는 나치의 하수인들은 자부심도 느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고, 단지 국가의 명령을 수행한다는 의무감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양심은 국가나 자신이 속한 조직이, 또는 법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했다. 그것은 오직 생각할 줄 아는, 스스로 존엄성을 아는 개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사회는 바로 전체주의 사회다. 


지금 kt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이석채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생각을 통해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는 것을 포기하고, 하지 말아야 할 허수영업, 고객기만 행위, 이른바 CP들에 대한 왕따 등의 비윤리적 행위에 순응하면서 이에 따른 양심의 가책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킨 데 있다.  그 결과가 kt의 죽음과도 같은 침묵의 기업문화이다. 


물론 책임은 비윤리적 행위를 지시한 이석채 같은 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kt의 위기는  노동자들이 말을 안 들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시키는대로 잘 따르는 충성스러운 노동자"가 된 때문이라는 것도 가슴 아프지만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kt를 망친 책임은 노사, 인사, 감사 등 이른바 3사  라인에 있다고 쉽게 얘기한다.  그 연장에서 많은 이들이 황창규 내정자가 반드시 혁신해야 할 것으로 3사 라인의 해체를 얘기한다.   물론 3사 라인은 해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황창규 내정자가 그리 한다고 해서 곧 kt 가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깊은 위기를 극복할 힘은 우리 자신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양심에 따라 책임 지는 노동자"로 거듭날 때  생길 것이다.  kt 새노조가 이석채 전 회장과의 투쟁을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 준 소중한 것이 바로 그 양심과 생각의 힘은 아닐까!



이 글 중 유대인 관련 부분은 모두  <한겨레신문> 김종태 컬럼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19078.html?_fr=m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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