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前회장·임원 등 4~5명 기소될 듯
【서울=뉴시스】박준호 홍세희 김민기 기자 =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해 보강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이번 달 초 사법처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는 이 전 회장을 포함해 김일영 사장과 서유열 사장 등 4~5명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KT 주요 임원들을 다시 불러 추가로 조사하는 등 배임·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보강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 편입과 사옥 매각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임직원 상여금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영상 판단과 회사 차원의 경조사비 지출 등을 내세워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사업추진 당시 이 전 회장의 구체적인 역할과 비자금 용처 등을 샅샅이 훑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 전 회장과 관련된 자금흐름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비리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전 회장이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경제교육협회장을 겸임하면서 기획재정부의 지원으로 각종 경제교육 사업을 추진한 것이 석연찮다는 지적이다. 기재부로부터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지정된 협회가 기업에서 모금한 기부금 활용과 일부 경제교육사업 관련 자금사용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에 대한 보강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검찰의 장기 수사에 따른 기업 부담과 피로도를 덜어주고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강조한 총장의 지침을 고려한다면 기존의 혐의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이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 전 회장과 '공범' 관계인 임원들도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기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KT 임원들이 20~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제 기소 대상자는 주요 임원 3~4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김일영 사장(전 코퍼레이트센터장)과 권모 상무(전 구매전략실장), 서모 상무(전 전략투자담당), 서유열 사장(전 커스터머 부문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임원들을 모두 사법처리할 경우 처벌의 실익이 없어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 임원들은 이 전 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역할급'의 일부를 이 회장에게 돌려줌으로써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 역할급은 연봉이나 상여금과는 별도의 활동비로 일부 임원은 매달 20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월급 이외에 별도로 받기도 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들 임원은 이 전 회장에게 일정 금액을 상납했다고 하면 공범 혐의가 적용되고 상납하지 않았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졌을 것"이라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KT엠하우스의 벤처기업 투자결정에 야권 의원의 로비가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수사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소 임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며 소환에 불응한 서유열 사장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송환을 검토 중이지만, 사법공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일단 기소중지 처분하고 귀국 즉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기소될 것으로 보이는 임원들은 3~4명 수준이지만 횡령이나 배임 혐의에 관련된 임원들이 추가로 재판에 엮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횡령액과 배임액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지만 야권 의원과의 로비 의혹이 변수로 남아있는 성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