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수천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건을 발표하기직전 금융감독원 직원이 피의자에게 조사착수 사실을 미리 제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있다.   사건 핵심 피의자들은 이같은 제보를 받고 자료파기와 도피를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어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핵심피의자인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는 홍콩을 거쳐 뉴질랜드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난항을겪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IT와 금융업계에 따르면지난 6일 금융감독원이 5000억원대출사기 사건을 발표하기 며칠전 사건 핵심인물인 전주엽 엔에스쏘울 대표, 서정기 중앙티앤씨대표 등은 금감원의 지인으로부터제보를 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체 한 관계자는 이날 “서정기 대표가 금감원의 지인으로부터 사건 발각에 대한 전화를 받은 뒤 전주엽 대표와 전화로 대책을 논의했다”면서 “금감원의 관계자는 평소 서 대표와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중앙티앤씨의 자금담당인 김모상무(여)도 이번 사건에 깊숙이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알려졌다.  그는 서정기 대표가 만든 엠스타일 대표이기도 하다.  관계자는 “엠스타일은 서 대표가 김상무를 위해서 만든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무는 사건이 터지자 친인척 및 지인들로 구성된 중앙티앤씨의 직원들에게 퇴직금까지 직접 정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남 삼성동 H아파트 등 강남에 고급아파트 두 채를 최근 구입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스마트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김 상무가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은맞다”면서 “차도 본인 소유였던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엔에스쏘울, 중앙티앤씨, 컬트모바일,아이지일렉콤, 엔에스쏘울F&S 등은 KT 자회사 KT ENS 직원과 공모해 수년 간 매출채권을 위조해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과 저축은행들로부터 5000억원 대출을 받았다. 5000억원 대출사기 사건은 지난 1월 금감원이 적발해 조사를 한 후 2월 6일 발표됐으며 경찰은 6일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 금지조치했다.  그런데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전주엽대표는 발표 직전인 2월 4일 출국해홍콩에 머무르다가 뉴질랜드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정기대표도 사건 발표 직후 잠적을 했다가 지난 18일 경찰에 검거됐다.

전 대표는 주변에 금감원 직원을 만난다고 언급하거나 금감원직원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금감원직원 연루설은 들었지만 사실이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루가됐다면 경찰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났을 텐데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비호자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아무리 사기범들이 철저히 준비했다고 해도 대출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크다”며 “금융권에 공모자나 비호세력이 없이는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가 돌고있다”고 말했다.

강진규기자 k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