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사건 등 잇단 악재로 KT 가입자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경쟁의 바로미터인 번호이동 시장에서 KT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부터 잇따라 터진 대내외 악재 속에, 적절한 마케팅 타이밍을 놓치면서 경쟁사와 번호이동 가입자 싸움에서도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 1~2월 KT의 번호이동 순감은 월평균 4만1900건에 이른다. 올들어 매달 번호이동으로 4만1900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감은 월평균 3만1342건으로 KT보다 1만건 이상 적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을 통해 2만702명의 가입자가 유입됐다.
이처럼 KT 번호이동 가입자는 지난 1~2월새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번호이동으로 빠져나간 가입자가 2만2512건에 그쳤는데, 올 2월 한달동안 4만9055건이 빠졌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번호이동으로 빠져나간 SK텔레콤 가입자는 5만3280건에서 1만8358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20%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LG유플러스는 '나홀로' 번호이동 가입자가 늘었다.
KT는 번호이동 경쟁에서 참패하면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누적가입자가 2723만7438명이던 SK텔레콤은 올 1월까지 가입자 19만8586명을 늘리면서 1월말 기준 누적가입자가 2743만6024명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1077만2826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던 LG유플러스도 4개월동안 13만3025명을 늘려 1월말 기준 누적가입자가 1090만5851명이다. 이에 비해 KT는 지난해 10월 1636만870명이던 가입자가 1월말 1648만1907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4개월새 증가한 가입자는 12만1037명으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작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일 12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탈KT' 현상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3월 1일~17일까지 KT를 이탈한 가입자는 2만8813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471명의 가입자가 늘었고, LG유플러스는 3684건이 줄었다. 지난 13일부터 KT와 똑같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LG유플러스와 비교해도 감소폭이 8배 가량 높다.
여기에 맞서 KT는 다양한 요금제와 이벤트로 '고객잡기'를 시도해보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KT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어 KT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KT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함께 경쟁사에서 보조금을 많이 쓰면서 번호이동 시장에서 고전한 것은 분명하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다시 고객에게 다가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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